1.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 가능 발전 해법 네트워크 (SDSN)이라는 곳에서 매년 전세계 156개국을 상대로 국민 행복도를 조사해서 발표하는데 올해는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랜드가 1~4위였고, 그 뒤를 이어 스위스,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와 스웨덴이고 우리나라는 57위라고 한다. 기억하기로는 항상 스칸디나비아 3국과 북유럽이 초 상위권이었던 것 같다.
  1. 예전에 TV 교양 프로중 덴마크에 유학 또는 이민 중인 한국 사람들에게 덴마크 사회에 대해 질문하는 내용 일부가 캡쳐되어서 돌아다니는 걸 봤는데 거기 나온 사람들에게 덴마크 생활의 단점을 물어보니 대부분  덴마크 사회에 대해 사람들이 너무 느긋하고 경쟁이 약해서 불만이라고 이야기 하더라.  그 게시물의 댓글이 전부 ‘뭐하러 덴마크에 있냐’, ‘그럼 한국 돌아 오든가’ 뭐 이런 악플들 ㅋ 일색이었고, 사실 나도 그 인터뷰를 보고 "노예가 노예로서의 삶에 익숙해지면 자신의 다리를 묶고 있는 쇠사슬을 자랑한다" 는 문구가 떠올랐다. 
  1. 마크 생활에 대한 블로그 글을 봤는데 덴마크는 무지막지한 세금을 내지만 정작 상속세는 없다보니 극빈층은 없지만 정작 부자는 대물림을 하고, 중산층은 부자가 될 기회가 전혀 없다고도 하고, 핀란드의 세금제도와 의료제도등에 대한 속터지는 글을 읽다 보면 흠... 상상만하던 북유럽의 삶과 실제 삶은 거리가 있구나 싶었다. 
  1. 트위터에 "오세요 핀란드”라는 계정이 있는데 핀란드에 사는 우리나라 교민인지 학생인지가 쓰는 핀란드 생활인데 흔히들 생각하는 북유럽의 휘게스러운 삶이 아니라 핀란드의 삶이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운지 가슴 절절하게 쓰여져 있어 읽다 보면 너무 불쌍할 지경이다.  크흡.. ㅠㅠ 

(오세오 핀란드 트위터. 트위터 글들이 다 이럼 ㅠ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부터 너무나 쓸쓸해서 세계에서 우울증 약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 실제 북유럽 사회의 본 모습은 아마 그 중간 어디쯤일텐데, 이 책은 바로 그걸 궁금해한 덴마크 부인을 둔 덕분에 덴마크에서 사는 영국인 저널리스트가 스칸디나비아 3국과 핀란드와 아이슬란드를 더해 북유럽 5개국을 다니며 국민행복도 1위 국가들의 실제 모습들을 조사한 책이다. 

진지한 민족지학적 방법이나 사회과학적 방법을 따르지 않고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한 사회의 문화를 분석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영국의 문화를 대상으로 한 “영국인 발견”이 떠오르는 책인데, 그 책 처럼 영국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내용때문에 무척이나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시종 본인의 경험을 중심으로 영국의 문화를 자조적으로 그려낸 “영국인 발견”과는 다르게 여기서는 거기에 덧붙여 북유럽의 생소한 역사와 함께 문화를 다룬 다양한 저서들을 소개하고, 북유럽의 다양한 전문가들을 인터뷰 하며 좀더 객관적인 내용이 덧붙여져 더 좋았던 것 같다. 

책 순서대로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전혀 몰랐던 - 생각해 보면 세계사를 다룬 책에서 북유럽의 역사는 거의 못본듯 - 각 국의 역사와 각 나라만의 독특하고 웃기기도 한 풍습과 문화들, 그리고 국민성에 대한 글들이 참 재미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북유럽은 책 제목처럼 거의 완벽한 나라들일 것 같지만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그들의 사회와 문화는 안정적인 만큼이나 배타적이고 따분하기도 하고, 많은 부분에서 분명한 약점과 기벽도 있어 사람 사는 곳이 다 어디든 비슷한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과연 나는 그 곳에서 그 엄청난 세금과 비싼 물가, 느리고 불친절한 서비스를 감내하며 검소한 자세로 행복하게 살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근데 나라면 안빈낙도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ㅎㅎ)

 책에서 신랄하게 놀려대는 이상한 기벽과 약점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국가들은 많은 부분 긍정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무상으로 제공되는 훌륭한 교육제도, 높은 상호 신뢰, 사회적 결속, 높은 세금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평등과 남녀 평등, 검소한 삶의 자세, 합리주의, 겸손과 균형이 잡힌 정치체계, 그리고 자기 삶에 대한 자율성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장점들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를 만든 원동력이겠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금까지와 같은 모범적인 사회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몇가지 우려스러운 징후들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북유럽 국가들을 향한 찬사중의 하나가 평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는 평인데 이말은 달리 해석하면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능력에 대한 보상이 적은 나라라는 뜻일게다. 결국 이러한 능력있는 인재들이 능력에 대한 보상을 위해 실리콘 밸리를 위시한 외국으로 떠나면서 경제의 활기가 떨어지고 있는데 거기에 겹쳐 기존 인구는 고령화 되고, 구글, 애플등의 다국적 기업들이 전세계의 수익을 쓸어 담는 시대에 과연 북유럽 국가들은 경제의 활기를 살려내고 완벽한 복지제도를 위한 재정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또한 트럼프와 브렉시트의 시대, 인권 선진국이라 불리운 유로존의 국가들에서도 난민의 유입과 이민에 반대하는 극우 파퓰리스트 정당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정도는 덜하지만 이민에 반대하는 극우 정당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성이 부족한 기존 국민들과 외부 이민자들은 문제 없이 잘 융합될 수 있을 것인가?

북유럽 하면 그야 말로 완벽한 국가인줄 알았는데 사실 그곳도 우리와 비슷한 약점과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고, 외부에서 보는 완벽한 이미지 만큼이나 다양한 문제들을 지닌 나라라는 사실을 저자의 경험담을 낄낄 대며 따라 가다 보면 함께 경험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 곳에서 살고 싶은 매력적이고도, 부러운 나라들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동안 더 나은 삶과 제도에 대해 세계의 모범이자 거울이 되어 왔던 북유럽이 신자유주의의 시대, 양극화가 갈수록 거세지고 극우 정당이 득세하는 시기에 또다른 해법을 보여줄 수 있을지 앞으로 관심 있게 지켜봐야 겠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책에서 묘사한 독특한 북유럽 사람들을 만나러 여행을 한번 떠나보고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여행을 다녀온 아이슬랜드 챕터를 유난히 관심있게 읽었는데 아이슬란드 가면서 본 론리플래닛의 내용과 이 책의 내용이 좀 달라서 좀 웃겼음. ㅋ 예를 들면 론리플래닛에서는 아이슬란드의 시조가 용감한 노르웨이 바이킹이라고 했는데 이 책은 보다 실감나게 노르웨이와 덴마크의 범죄자들과 그들이 데려온 성노예가 세운 나라이며, Thingveir 국립공원에 있는 세계 최초의 의회라고 알려진 Althing - 아이슬란드의 정신을 상징한다는 - 은 근친상간을 처벌하기 위해 수백명의 참수가 이루어진 곳이라니 ㅋㅋㅋ. 여행 전에 봤음 더 좋았을텐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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