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

2017년 메리엄-웹스터 사전에서 뽑은 올해의 단어가 페미니즘이었다고 하는데 확실히 국내외 적으로 페미니즘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사회적으로 큰 화두인것 맞는것 같다. 물론 서구의 페미니즘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페미니즘 하면 양성평등이나 여성 인권 향상등의 긍정적인 뉘앙스가 아니라 메갈, 워마드, 미러링, 꼴페미등 부정적인 반응이 대다수 일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건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가 여혐이 심하고 - 나를 비롯해 한남이라고 멸칭으로 칭해지는 한국 남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데에도 동의 한다. -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이 성적 차별과 위협을 느낀다는데에도 동의 하여 페미니즘이 도대체 무엇인가 궁금해서 몇권의 책을 읽어봤는데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내가 읽은 책이라고 해봐야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 혐오을 혐오한다." 리베카 솔닛의 "맨스플레인", 록산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 벨 훅스 "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감" 이정도가 다였는데 우에노 치즈코의 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페미니즘에 대한 이론적 접근보다는 일상에서 접하는 차별에 대한 페미니즘적인 해석과 같은 가벼운 에세이류의 글이어서 좀 아쉬운 느낌도 있었는데 사실 어떤 주의라고 하는 방대한 이데올로기건 철학을 집대성한 원전이라는걸 기대하는게 무리이겠지.
어쨌건 이 책은 2005년에 나온 책으로 페미니즘의 입문서 격으로 많이 읽힌다고 하길래 구해서 읽어봤는데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바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되어 좋았던것 같다. 예를 들자면 페미니즘은 단순히 여성 인권 향상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 백인 남성 위주로 구성되어 온 세계관과 인식의 틀에 균열을 일으키고 여성과 소수자의 입장에서 재구축하는 것이랄지, 양성 평등은 단순한 sameness가 아니라 fairness 를 추구하는 것으로 공적인 영역에서 여성이 남성의 지위에 오르는 것 만큼이나 사적인 영역에서 남성이 여성에 가까워져야 한다는 이야기들, 페미니즘은 모든 여성의 동일성이 아니라 여성이 개별성을 가지도록 하는 운동이라는 주장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다만 2005년 출간이다 보니 그동안 사회의 변화들 - 물론 근본적인 부분은 그대로겟지만 - 이 반영되지 않은 점들이 아쉽고 그와 함께 15년 가량 이 책을 뛰어 넘는 성과가 없었던가 하는 의문도 좀 든다.
그나저나 2017년의 우리나라의 풍경은 트위터나 여초 사이트의 한남 대 남초 사이트의 메갈, 꼴페미의 대결로 살풍경스러운데 참 이 책에서 추구하는 페미니즘이 우리나라 사회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궁금증 한가지
미러링이라고 불리우는 글들을 보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긴 하는데 그래도 강자로써의 남성의 희화화뿐 아니라 패륜, 인종주의, 소수자 차별에 가까운 글들도 많던데 그런 것도 다 괜찮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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