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7

리스본의 마지막날 더불어 여행도 이제 거의 막바지

오늘은 리스본에서 그동안 안가본 벨렝지구를 둘러보고 저녁버스로 마드리드로 이동하기로 함
조금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을 먹고 마드리드로 가는 버스표를 예매하러 갔는데 좀 늦은 시간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출발시간이 저녁 9시 반. 그게 마지막 차라 어쩔수 없이 그 표로 예매하고 리스본의 벨렝지구로 향함
언덕들이 많았던 리스본 시내와 달리 벨렝 지역은 탁트인 평지에 공원도 많아 보인다.

처음 보러간곳은 진귀한 마차들이 전시되어 있다는 마차 박물관
4유로를 내고 들어간 박물관은 규모는 작은데 예쁘고 화려한 마차들이 눈길을 잡는다.
무척이나 크고 화려해서 그당시 부와 명예를 과시했음직한 대형 마차부터 신데렐라가 무도회장에 타고 갔을법한 팬시한 마차까지 여러 마차들을 보고 나서 제로니모 성당으로 감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정갈한 흰 수도원 건물을 보니 무척이나 아름답다.
스페인에서 봤던 거대한 규모의 성당을 볼때와는 조금 다른 정돈된 아름다움이라고 할까. 특히 파란하늘이 인상적 ^^
성당에 입장료가 있는줄 알고 6유로나 내고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성당은 무료이고 6유로는 회랑과 성당의 2층으로 가는 길만 돈을 받는거였는데 그냥 성당 내부만 보고 왔어도 됐을텐데 싶다.

제로니모 성당 옆에는 포르투갈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나타 제과점이 있는데 점심겸 커피와 나타 크로켓을 먹었는데 과연 그동안 먹은 나타들도 맛있었지만 그것들과도 비교가 안되는 훌륭한 맛! 앉은 자리에서 나타만 3개를 먹어도 질리지 않음..서울가면 많이 생각날거 같다 ^^ 다른 빵이랑 과자들도 맛있어 보이는데 이름도 모르고 배도 부르고 해서 좀 아쉬웠음. 점심을 먹고서는 벨렝지역을 흐르는 테오 강을 따라 한동안 걸어감. 평일 오후인데도 공원에는 소풍은 나왔는지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도시락도 먹고 하면서 즐겁게 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짐.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발견기념탑과 벨렝의 탑도 보고 강변을 바라보며 캔맥주도 한잔 마시고 숙소의 다른 여행객이 알려준 Oriente역을 보러 감. Oriente 지역은 대서양 엑스포인가를 위해서 조성된 곳이라던데 리스본 중심의 낡고 오래된 느낌과는 달리 확연히 다른 현대식 건물들과 초대형 쇼핑몰, 깨끗한 공원등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수족관도 가보고 싶고 공원도 더 둘러보고 싶긴 했는데 수족관은 너무 비싸고 강바람이 너무 거세서 숙소로 돌아옴. 날씨 때문인지 사람도 별로 없는 한적한 거리를 날아갈듯한 바람을 맞으며 걷자니 문득 외로운 생각이 든다. 내 다시는 혼자서는 여행 안가리라 다짐하며 숙소가 있는 호시우 광장으로 돌아옴

체크아웃후 나가려고 하니 마침 세비야에서 같은 버스를 타고온 여행객 부부가 와있으시다. 그동안 아침에 인사하고 각자 여행하느라 많은 이야기는 못했는데 짧은 시간이나마 맥주 한캔씩 나누어 먹으며 여행이야기 나누며 헤어짐
젊은 부부가 같이 여행다니는걸 보니 정말 부럽더라..^^;;














아 저 많은 맥주들...심지어 값도 울나라보다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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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6

8인실 숙소에 묵었는데 밤늦도록 나말고는 아무도 없어서 다들 새벽까지 놀다 오나보다 했는데 새벽에 깨보니 투숙객이 나밖에 없다 ㅎㅎ 8인 도미토리를 싱글룸처럼 쓰는 사치를 누리다니

오늘은 리스본 외곽의 신트라 지역을 보기로 해서 아침을 챙겨먹고 기차역으로 향함
신트라 1day 티켓을 끊고 리스본 역에서 40분정도를 가니 신트라역이 나온다.
이곳은 신트라 지역과 대서양(!)이 멀리 보이는 모르스 성터와 페냐성이 유명하고 한참 더 가면 유럽대륙의 서쪽 끝이라는 호까곶이 유명하다고 해서 하루에 다 둘러보기로 함

신트라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모르스 성터를 지나 포르투갈의 국보이자 세계 문화 유산으로도 지정된 페냐성을 보러감
페냐성은 15세기에 작은 수도원으로 지어진 후 증축을 거듭하다가 19세기 왕족의 여름 별장으로 만들어 졌다고 하는데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궁전처럼 아기자기한 외형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사실 처음엔 성의 외벽이 너무 낡고 곰팡이도 슬어서 쫌 을씨년스럽기도 했는데 맑은 하늘아래 다시 보니 작고 귀여운 모습이 맘에 들었다.
성의 내부는 사진을 못찍게 되어 있는데 예전에 사용하던 가구와 인테리어가 잘 보존되어 있다. 가구나 이런건 잘 모르는 눈으로 봐도 앤티크한게 무척 멋지고 여기 살았던 사람들은 참 포근했겠다 싶다

두군데를 보고 나니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신트라역 앞의 카페에서 달콤한 포르투갈 과자와 커피로 요기와 휴식을 하고 유럽의 서쪽끝이라는 호까곶 (Cabo da roca)을 보러 감
버스로 다시 40분을 이동하여 도착한 호까곶은 유럽의 서쪽 끝이라고 대단한 관광지가 조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기념탑 하나와 등대, 관광안내소, 그리고 작은 레스토링이 푸르른 초지와 대서양과 눈이 시린 푸른하늘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서양!!

태어나서 처음 대서양을 보니 무척이나 감동스럽고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 옛날 모험의 시대 대서양 건너편에 있을 부와 명예를 찾아 떠났을 탐험가들 생각도 나고 아시아에서도 제일 동쪽 끝에서 평생을 살다가 대륙의 반대편으로 날아와 유럽의 서쪽 끝에 서있다고 생각하니 참 멀리도 왔구나 싶으면서 마음이 설렌다.

예전 홍세화씨가 프랑스 망명중에 고국으로 돌아갈땐 대륙 횡단 열차를 타고 돌아가고 싶다고 했었는데 -결국 비행기로 돌아오셨지만 ^^- 언젠가 나도 한반도를 넘어 실크로드를 거쳐 티벳과 네팔 인도를 넘어 중동과 동유럽 아프리카를 육로를 따라 이동해서 다시 이곳에 오면 좋겠구나, 누군가는 지금 그런 여행을 하고 있겠지라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고 보니 체게바라가 혁명가가 되기 전에 유망한 의대생 신분으로 사촌형과 둘이 고물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일년간 남미 전역을 여행한 이야기를 영화로 담은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생각도 문득 난다. 젊은 치기로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지만 남미의 수려한 풍광과 거기에 남아 있는 식민의 역사, 그리고 현재의 억압과 착취 그리고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누군들 성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여행을 떠나기 전과 떠나온 후의 삶은 같을 수는 없겠지 나는 지난번의 여행들을 통해 조금은 성장했을까?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다 바람을 맞으며 준비해간 캔맥주 한잔 마시고 대서양 변의 까스까이 해변으로 감
웬지 이름만 들어서는 캐리비안 유역의 끝없는 백사장이 펼쳐진 멋진 해안가가 나올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조그마한 항구와 크지 않은 백사장이 포르투갈의 전형적인 낡은 도시 안에 펼쳐져 있다. 조금은 실망했지만 그래도 백사장에 앉아 해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한참을 앉아있다 숙소로 돌아옴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바라보는 포르투갈의 석양도 무척이나 아름답다. 해가 완연히 지고 가로등도 드문 좁고 구불구불한 포르투갈의 시골길을 지나며 '국경을 넘어'를 읽고 있자니 마음이 조금 쓸쓸해진다.
리스본에 도착하니 9시가 거의 다 된시간. 저녁을 못먹어서 맛있는걸 먹으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밤늦게까지 사람들로 북적이는 타파스바가 즐비한 스페인과 달리 음식점들이 거의 문닫고 오가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포르투갈은 스페인하고는 많이 틀리구나..영업중인 음식점을 찾아 생선과 새우를 넣고 끓인 죽같은 걸 맥주와 곁들어 먹고 숙소로 들어옴..

혹시 오늘도 나혼자 쓰나 했는데 오늘은 낮에 체크인을 한 모양

그런데 옷걸이에 웬 도복이..;;










더이상 걸어서 서쪽으로 갈 수 없음 ㅎㅎ









이름만은 멕시코의 캐리비안해를 연상시켰던 까스까이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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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5

스페인과 포르투갈. 한때는 스페인이 포르투갈을 점령한 역사도 있었지만 그래도 언어도 다르고 엄연히 다른 국가이거늘 국경을 넘는데 깨우는 사람 하나 없다. 마침 여행중에 읽고 있는 책도 '국경을 넘어'인데...
하여간 육로로 국경을 넘는게 처음이었는데 마치 서울에서 부산 가는것처럼 아무일 없이 리스본에 도착

8시쯤 도착할줄 알았는데 6시도 안된 시간에 도착해서 지하철도 아직 안다닌다.
추위에 떨며 지하철 첫차가 다니는 시간까지 기다리다가 첫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이동.
리스본의 숙소는 호스텔 월드가 뽑은 세계 3대 호스텔중 하나라는데 (Lisbon Living Hostel) 진짜 안에 시설이 너무 훌륭하다~

아침 일찍이라 체크인은 안되고 짐을 맡기고 숙소에서 주는 아침도 먹고 씻고서 리스본 관광을 나섬
스페인이야 이것저것 알아보기도 하고 론리플래닛에 나와있는 지도 보고 잘 찾아다녔는데 리스본은 숙소에서 준 알아보기 힘든 이상한 지도 하나와 인터넷에서 뽑은 문서 하나 달랑 가지고 리스본 시내를 헤매고 다님
리스본에서 구경거리는 바이샤/알파라/리베르다드 거리와 리스본 외곽 그리고 벨렝거리 이렇게가 유명하다고 해서 각각 하루씩 보기로 하고 첫날은 숙소 근처의 시가지를 돌아다님

바이샤 거리를 걸으며 전망대 엘리베이터도 올라가 보고, 포르투갈의 명문이라는 케이블카 (라고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공중에 매달려 가는 케이블카가 아니라 언덕에 난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방식)도 타고 올라가보고 엄청나게 넓었던 에드워드 7세 공원도 산책하다 보니 배가 고파온다. 포르투갈은 스페인보다 물가가 싸서 덜컥 아무대나 가서 스테이크와 맥주 한잔을 시켰는데 서비스인줄 알았던 빵값도 받고 맥주도 스페인보다 비싸서 살짝 마음이 상함..
그래도 음식은 푸짐하니 맛있긴 했다만..

오후에는 리스본의 특색을 가장 잘 볼수 있다는 알파바 지구로 이동. 리스본은 오래된 트램들이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수시로 다니는데 오래된 건물들과 트램이 어우러져 만드는 풍경은 무척이나 고풍스럽다. 리스본 대성당과 테호강이 잘보이는 프라다 델 솔광장을 지나 그라시아 전망대까지 올라감. 리스본은 7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진 도시라고 하는데 정말 곳곳의 언덕에서 바라보는 리스본의 풍경이 정겹다. 사람이나 풍경이나 스페인과 비슷하긴 하지만 대도시가 아닌 조금은 낡은 도시가 주는 고풍스럽고 여유롭고 그러면서 조금은 쓸쓸한 느낌

특히 호르헤 성에서 보는 리스본의 풍경은 특히나 아름다왔다. 성에서 보면 일몰이 참으로 멋있게 보이는데 담아낼 카메라가 없어 몹시나 안타까왔다. 마트에서 사간 캔맥주 마시며 일몰을 카메라 대신 눈에 담아두고 돌아옴
포르투갈의 명물중의 하나인 나타 (바삭한 페스트리 안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카스타드가 들어 있는데 정말 맛있음!!)와 커피를 한잔하고 그라시아 광장에서 리스본의 야경을 구경하다 돌아옴



낙서라고 하기엔 너무 예술적 ^^




리스본의 상징 트램



전선에 뭐가 걸렸는지 내려서 고치는 기사 아저씨








정말 맛있었던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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