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창 지음


현재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SF 작가라는 칭송을 얻고 있는 테드창의 2010년 신작. 테크니컬 라이팅이라는 본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20년 동안 고작 중단편 12편만 발표했지만 발표하는 소설마다 유명한 SF상은 다 휩쓸고 다니는 괴물같은 작가(이 작품도 2011년 휴고상 중편부분 상을 수상함). 첫번째 중단편 모음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2002년에 접했는데 그때 SF 소설의 매력에 빠져서 그 이후로 유명한 SF소설을 종종 찾아 읽고 했는데 이번에 11년만에 새로운 작품이 번역 출간된다고 해서 무려 예약 구매를 통해 예약 후 아껴서 읽음^^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싱귤러리티 (이 개념을 주장한 대표적인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현재 구글의 인공지능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무서운 구글…) 이후에 순수한 바이너리로 이루어진 인공지능을 위한 윤리는 어떻게 될까? 이러한 문제는 블레이드런너, 공각기동대, AI등 많은 SF 소설과 영화에서 다루어진 주제일 것이다. 이책도 일종의 AI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소설인데 싱귤러리티 이후의 윤리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지적능력을 처음으로 가지게된 AI는 어떻게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독특하다고 하겠다. (여담으로 테드창은 싱귤러리티라는 개념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이 책의 주인공들은 가상의 애완동물을 만드는 디자이너와 그 가상의 애완동물을 훈련시키는 전직 사육사와 그들이 키우는 가상의 애완동물들을 둘러싼 커뮤니티인데 새로운 생명체로써의 AI를 코딩으로 만들고 교육시키고 판매하고 관계를 맺어나가다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가 부도가 나고 설상가상으로 그들의 가상의 라이프 스페이스였던 OS플랫폼이 망해서 다른 플랫폼으로 이식하지 못하고 고립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는데 이 과정에서 던지는 관계와 기억 책임과 양육 사랑과 자기 결정등의 다양한 윤리적 철학적 질문들이 가볍지 않다. 

최근에는 소설도 잘 안읽다 보니 SF를 오랜만에 접했는데 아서 클락, 아이작 아시모프등이 개척한 하드 SF가 예전에는 물리학, 우주공학, 기계 공학을 기초로 했다면 앞으로의 하드 SF는 테드창의 이 소설처럼 소프트웨어의 알고리즘과 구조에 입각한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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