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e Wright 감독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고 벨기에와 프랑스를 향해 파죽지세로 진격하는 시기, 영국 또한 히틀러의 사정권에 들어오고 영국은 기존 총리인 챔벌레인을 경질하고 윈스턴 처칠을 전시 총리로 임명한다. 영화는 처칠이 총리로 임명되어 전시 거국 내각을 구성한 이후 한달여간의 이야기이다.
세계사에 조예가 깊지 않아 처칠하면 그저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존경받는 정치인이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명문장가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영화가 시작하자마나 이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하루종일 술과 담배에 절어 사는 괴팍하고 고약한 늙은이인 처칠은 노년에 이르는 정치 인생에서 온갖 실패를 겪어 왔으며 총리 임명 직후부터 같은 보수당내의 정적들은 처칠의 전쟁을 불사하는 과격한 주장에 반대하여 은밀히 해임을 논의 하기 시작한다.
전세는 갈수록 독일에게 유리해지고 설상가상으로 전쟁 초기에 덩케르크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놀라운 영화를 만들었던 그 덩케르크다! -에 영국 육군의 대부분인 30만명이 독일의 포위망에 갇혀 꼼짝 달싹 못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히틀러, 무솔리니와 평화 협정을 맺자는 의견이 세를 얻고, 구석에 몰린 처칠 또한 협상을 고려하나 영국 국왕의 지원과 지하철에서 만난 강인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용기를 얻어 - 이부분이 좀 작위적이기도 한데 그래도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 협상파들의 의견을 물리치고 독일과의 전의를 굳게 다지며 드디어 전시 영국을 이끌어갈 강력한 지도자가 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나고 그 다음에는 역사에 나와 있듯이 연합군의 승리로 이어지게 된다.
성마른 괴팍한 노인네지만 따듯한 유머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공적인 자리에서는 강력한 주장을 펼치나 홀로 있을때는 본인의 결정에 대해 회의하는 우유부단함등 역사적 인물의 양면성을 잘 드러낸 점이 마음에 들었고, 평생을 실패자로 살아온 한 정치인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 위대한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감동적이었다. 무엇보다 편하고 안정된 길을 가느냐 -여기서는 나치들과의 협상- 아니면 힘들고 실패할 수도 있으나 반드시 가야할 길을 가야 하느냐-여기서는 독일과의 일사항전-의 선택에서 옳은 결정을 내려서 이끌어가는 리더쉽의 존재는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
영화에서 인용된 처칠의 명 연설중 “싸우다 패한 국가는 다시 일어설 수 있으나, 싸우지 않고 무릎 꿇은 나라는 망해서 없어진다” 라는 대사가 참 감동적이었는데, 그 대사를 보면서 작년에 본 “남한산성”이 오버랩되었다. “남한산성” 또한 외국의 침략에 맞서 화친이냐 척화냐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에 대한 이야기인데 거기서는 군사, 외교적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척화파가 명분만을 앞세우는 한심한 집단으로 그려졌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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