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7
아이슬란드
올해 5월초의 휴일은 주말과 겹치는 날이 없어서 휴가를 조금만 붙이면 2주정도도 가능한 그야말로 황금 연휴여서 작년 가을부터 올해 5월엔 어디를 갈까 고민했었다.
처음엔 언제나 가고 싶었던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 탄자니아, 보츠와나, 나미비아중 한두곳- 를 가볼까 했는데 아무리 해도 일정이 잘 안나와서 끙끙대다가 우연히 아이슬란드를 다녀온 친구가 아이슬란드를 추천해 줘서 (술자리에서) 그 다음날 (술이 덜 깬 김에) 덜컥 아이슬란드 왕복 항공권을 예매함
아이슬란드라고 하면 뭐 화산과 빙하 그리고 오로라와 같은 장엄한 자연 풍광으로 워낙에 유명한 곳이니 누군들 가보고 싶지 않겠느냐만 나쁜 날씨와 악명 높은 높은 물가로 인해 항상 버킷 리스트에만 있었는데 친구 추천도 있고 해서 이번에 큰 맘 먹고 아이슬란드로 결정하게 되었다.
이제 일정을 잡으면서 이것 저것 찾아보니 아이슬란드는 캠핑장이 엄청 잘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 여름이라고 하는 5월 중순(내가 돌아오고 난 직후)~8월까지가 캠핑의 최적 시기지만 모험적인 캠퍼들은 그 이전과 이후에도 캠핑이 가능하다고 해서 나도 한국에서 캠핑 종종 다니는 경험을 믿고 캠핑으로 여행을 다니기로 함. 그래서 오가는 날의 레이카비크 숙소와 렌터카만 예약을 미리 하고 여행 직전까지 잊어버림.
그러고 나서 뭐 이것 저것 바쁘게 지내다 보니 겨울의 초입에는 대통령의 탄핵 이야기가 나오고 열광적인 촛불 집회를 거쳐 실제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봄이 올 즈음에는 헌재에서 실제로 탄핵 선고를 내리더니 이어서 예상치 못했던 대통령 선거까지 국내 정세는 격변의 시간이 지나가고 어느덧 나도 여행을 출발하는 날이 다가왔다.
고양이는 전날 부모님댁에 맡겨두고 아침에 일어나 공항버스를 타러 감. 우리 동네에도 걸어서 10분 거리에 공항 버스가 있다니 ㅎㅎ 그동안 여러번 공항버스를 타봤어도 자리가 만석 되는 경우는 몇번 못본거 같은데 이번에 탄 버스는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중간에 이미 만석이 되어서 중간에 사람들을 태우지 못한다. 와 이번 연휴를 맞아 참 많이 해외에 가나보다… 저 분들 투표는 하실까..(사실 나는 못함 ㅠㅠ) 생각하면서 잠이 들어서 깨보니 어느덧 인천 공항. 인천 공항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다들 멋지게 차려입고 예쁜 캐리어 끌고 다니는데 나는 내 몸집만한 배낭에 등산화 신고 다니는게 왠지 좀 멋적다 ㅎ
이번에 이용한 핀에어는 처음 타봤는데 참 좋았다. 체크인도 온라인으로 미리 했더니 정말 빨리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타서도 승무원들도 친절하시고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참 훌륭했다. 영화 한편 볼까 하다 찾아보니 마침 2016년 글래스톤배리 락페스티벌을 1시간으로 요약한 다큐가 있어서 재미있게 봄. 1975, Tame Impala, Beck 같은 밴드가 벌건 대낮에 공연하길래 도대체 밤엔 누가 하나 봤더니 Adele, Earth wind and fire, Muse, Coldplay가 나오길래 저절로 수긍이 되더구만 ㅎ Coldplay 공연은 Adventure of lifetime 이 나왔는데 얼마전에 잠실에서 직접 본 공연 생각에 감동이 밀려온다. 공연을 보는 관객들도 많이 비쳐주는데 락페하면 떠오르는 힙한 젊은 남녀 관객들이 많긴 하지만 머리 벗겨지고 배나온 나이 많은 관객들도 전혀 이질감 없이 함께 춤추면서 공연 보는게 참 인상적이었다. 지산 락페에 매년 가지만 왠지 점점 더 불편해지는데 앞으로는 나이 더 먹어서도 글래스톤배리 처럼 저렇게 공연을 즐겼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그때의 젊은이들은 나이 먹은 꼰대 왔다는 눈빛으로 안봐줬으면 좋겠다 싶음
나머지 시간은 론리플래닛을 읽으면서 왔는데 아이슬란드는 그리스 시대의 탐험가에 의해 처음 유럽에 알려지고, 그 이후 수백년간 괴물이 출몰하는 미지의 섬으로 남아 있다가 600년 경에 아일랜드의 수도사가 고독과 단절을 위해 찾기 시작했던 섬이었으며 900년경 북유럽 바이킹들이 정착하면서 역사가 시작되었고 이후 1,000여년간 노르웨이와 덴마크의 직간접적인 지배를 받다가 1915년에 완전 독립한 나라라고 한다. 낮이 없는 겨울의 아이슬란드에서 참선했을 그 수도사는 얼마나 쓸쓸하고 고독 했을까 싶기도 하고 이런 척박한 땅에서도 정착하여 살아가는 강인한 사람들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또하나 아이슬란드는 전세계에서 성 평등이 가장 잘 이루어진 나라로 세계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커밍아웃한 여성 동성애자가 총리로 선출된 나라라는 부분을 읽으니 며칠전 무려 대선 토론에서 동성애를 찬성하느냐는 저열한 질문과 귀를 의심케 했던 반대한다는 답답한 답변과 그 이후 이어진 더 답답한 지지자들의 논쟁이 떠올라 문득 슬펐다.
어느덧 9시간여의 비행끝에 헬싱키 공항에 도착. 북유럽은 정말 처음으로 발을 디디는 구나 ^^ 예쁜 공항 구경을 좀 하다가 다음 비행기로 환승하여 2시간 반정도 가니 드디어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공항에서 내리니 특이하게 입국시에도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는데 아이슬란드 여행기에서 반드시 여기서 술을 사가라는 글을 봐서 와인 한병과 맥주 6캔을 사서 미리 준비한 에코백에 넣어서 들고 감. 짐만 좀 작았어도 더 샀을텐데 ㅋㅋ 그렇게 술도 사고 짐을 찾고 나오니 그냥 공항 밖으로 연결된다. ??? 뭐지 입국 심사가 없어?? 나중에 확인해 보니 EU내 국가 경해서 오면 입국심사가 불필요 하다고 한다 ㅎㅎ
일기 예보를 보니 며칠간 계속 비 예보가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레이카비크 도착하니 구름이 잔뜩 껴있긴 한데 비는 내리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쓸모 없는 질문이 세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1. 기차역이 어디있습니까? (철도가 없음) 2. 더 싼 물건은 없습니까? (물가가 높아서 다 비쌈 ㅠㅠ) 3. 오늘 날씨는 좋을 것 같습니까? (날씨 변동이 심해서 알 수 없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나쁜 날씨더라도 가끔은 좋아진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부디 여행중에 날씨가 좀 좋아지길 기대하며 숙소로 이동.
숙소에서 체크인 후 좀 쉬다가 숙소 근처를 한바퀴 돌아보기로 함.
숙소 밖으로 한발 내딛자 우와~ 여기가 북유럽이구나 싶다. 차갑고 맑은 공기 아래 깨끗한 골목과 귀여운 집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는 거리가 참 아름답다. 조금 걷다 보니 레이카비크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름 끝의 Vik이 바다에 접한 만이라는 뜻이라 아이슬란드에는 ~vik으로 끝나는 마을이 많다.) 눈 쌓인 설산을 배경으로한 바다가 나타나는데 그 모습 또한 정말 아름답다. 이제 2주정도 이런 경치들을 실컨 보겠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조금 걷다보니 어느덧 저녁 9시. 날이 너무 밝아서 마치 오후 3~4시 정도인줄 알았다는… 시차도 있고 해서 아이슬란드 면세점에서 사온 맥주 한잔 마시고 첫날 밤 잠이 듬.
텐트를 제외한 캠핑 용품과 추위를 이기기 위한 옷때문에 75리터 배낭을 꽉 채우고 보조 배낭까지 들고 감. ㅋ 보통 여행가면 12~3kg 쯤 들고 갔는데 이번에는 21kg ㅋㅋ 그런데 운좋게도(?) 돌아올때 배낭이 하루 늦게 인천에 도착하는 바람에 집에 올때는 항공사에서 집으로 배송해줬다. 배송 기사 아저씨가 너무 무거워서 힘들었다고 하시던데 ㅠㅠ
환승했던 헬싱키 공항의 무민 샵 한컷
세계에서 제일 작은 스타벅스 아닐까 ㅎㅎ
헬싱키 공항은 휴게실도 너무 예쁘다. 나중에 노르웨이, 핀란드도 여행할 수 있게 되길
북극 아래구나 라는 실감이 들던 비행기 창밖의 풍경
오.. 아이슬란드가 보인다. 두근 두근
아이슬란드 해안을 따라 뻗어 있는 링로드. 저 길을 한바퀴 일주하겠구나 싶어서 설렜음 ㅎ
레이캬비크 상공에서 바라본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