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22. 09:37ㆍ국내 여기저기
2일차는 가지산에서 시작해서 능동산, 천황산, 재약산을 거쳐 영축산까지 30km 이상을 가야 하는 힘든 일정이다. 전날 12시까지 시끄럽긴 했지만 그래도 새벽에는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히 잘 자서 해뜨기 전에 일어나 가지산 정상에서 멋진 일출도 보고 내려와 텐트를 걷고 둘째날의 산행을 시작.
가지산에서 능동산까지 가는 길은 한참을 내려가는데 일요일 아침 가지산을 오르려는 등산객들과 트레일러너들을 여러 팀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가다 보면 영남알프스 환종주가 시작되는 배내고개 코스와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 능동산까지는 그래도 편한 길이 이어져 있어 어제 지친 발걸음이 가볍다.
원래는 능동산 지나서 나오는 쇄점골 약수터에서 이날 마실 물을 보급하려는 계획이었는데 이럴 수가 약수터가 말라서 물이 한방울도 안나온다! ㅜㅜ 앞으로 갈 길은 멀고 남은 물은 없는데 걱정이 앞서지만 일단 얼마 안남은 물 아껴 먹기로 하고 일단 가봄.
능동산을 지나 천황산까지는 5km 넘는 구간인데 그중 대부분이 편안한 임도로 되어 있다. 오늘 코스에 죽전마을과 영축산 코스가 어렵다고 하는데 그래도 이런 코스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어서 가다보니 샘물상회까지 3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오 혹시 등산객들이 들려서 쉬는 그런 상회인가? 다른건 몰라도 목이 너무 마른데 거기 가면 일단 시원한 콜라부터 마시고 물 보충하면 되겠다 싶어서 목마름을 참아가며 짜릿한 콜라 생각으로 부지런히 걸어감. 그런데 도착하고 나니 현재 운영중인 상회가 아니라 예전에 등산객들한테 두부김치 같은거 팔던 곳인데 이제는 운영 안하고 그냥 추억의 장소로 표시해 둔 곳이다. ㅠㅠ
별 수 없이 천황산까지 남은 거리를 올라가 천황산 정상에 도착. 전날 올라간 산들 풍경도 멋있었지만 천황산도 사방으로 펼쳐진 깊은 영남알프스의 풍경이 너무 멋지다. 도시적인 풍경이 전혀 없는 자연속에 있는게 너무 벅차고 좋았지만 그래도 목이 너무 마르다 ㅠㅠ 정상 근처에서 맛있는거 드시면서 이야기 나누시던 젊은 남성분들 계셔서 염치 무릅쓰고 물 한잔 얻어 마셨는데 그냥 물도 아니고 얼려온 보리차를 주시는데 으 정말 어찌나 맛있던지! 이거야 말로 생명수로구나 싶었다 ㅎ
물한잔 하고 에너지젤 힘으로 남은 구간을 가는데 재약산은 가는 길 찾기가 너무 어렵다. 표지판도 없고 시계에 표시된 GPX는 내가 잘못된 곳으로 가는 중이라고 하고 등산로는 헷갈려서 재약산 근처를 헤맸는데 그냥 갈까 하다가 그래도 종주중에 산 하나 빼먹는 것도 아쉽고 BAC 100명산이라고도 해서 조금 더 헤매다가 다른 사람도 쫓아가고 물어보기도 해서 겨우 도착. 근데 풍경이나 뭐나 재약산보다는 천황산이 더 좋던데 왜 100명산일까 좀 의문스럽기는 했다.
재약산부터 죽전마을까지는 이제 계속 내리막인데 영남알프스 종주 후기 찾아봤을때 모든 후기가 죽전마을까지의 내리막길이 진짜 힘들다고 해서 무척이나 긴장된다. 처음 내려 오는 구간은 생각보다 걸을만 하고 중간쯤에는 수풀이 우거지자만 그래도 평탄한 좋은 길도 나와서 ‘이정도 가지고 힘들다고 한건가?’ 싶었다. 그런데 다 온줄 알았던 죽전 삼거리는 사실 중간 지점이고 여기서 부터 진짜 목적지인 죽전마을까지의 1.8km 구간이 진짜 상상보다 최악이었다. 1.8km 구간 동안 조금의 여유도 없이 가파른 급경사면을 내려와야 하는데다가 길은 미끄러운 낙엽으로 쌓여 있어서 한발 한발 신경 써서 내려오는게 너무 힘든데, 거기다 물은 이미 다 떨어져서 목은 마르고 점점 멘탈이 나가기 시작 ㅠㅠ 현재까지 걸은 거리만 20km이고 영축산도 힘들다던데 그냥 죽전마을 가서 종주 포기할까 싶어진다
그래도 힘든 길도 언젠가는 끝나기 마련. 지겹게 이어지던 내리막이 끝나고 점심도 먹고 드디어 시원한 물도 마실 죽전마을에 도착! 마을 입구에 슈퍼가 있어서 배낭 내던지고 바로 콜라 500ml 사서 벌컥벌컥 마시는데 아 진짜 지금껏 마신 콜라중 제일 맛있는 콜라가 아니었을까 ㅎ 수분 한방울 한방울 탄산 하나하나가 다 온몸으로 흡수되는 느낌 ㅎ 콜라로 목을 축이고 옆 식당에서 점심으로 국수와 맥주로 허기도 채우고 나니 그제야 멘탈이 좀 회복된다. 원래라면 12시쯤 도착해서 1시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계획보다는 한시간 정도 지체가 됐다. 내려오면서 생각한대로 여기서 종주를 종료하고 그냥 근처 캠핑장에서 캠핑을 하고 내일 울산으로 갈까 하다가 목축이고 점심먹고 맥주 마시고 커피랑 아이스크림까지 잔뜩 먹고 나니 남은 10km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2시 좀 넘어서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영축산으로 향함
죽전마을에서 영축산으로 가려면 도로를 따라 한참을 가서 새로운 등산로에서 등산을 시작해야 한다. 다운받은 gpx에 따라 길을 가다 보니 등산로가 폐쇄되어 있다! 여기서 잠깐 또 당황했지만 영남알프스 환종주 후기를 올린 다른 블로그 찾아보니 이 길 말고 신불산 자연휴양림으로 해서 가는 길이 있어서 신불산 자연 휴양림을 찾아가서 거기서 시작함. 이땐 몰랐는데 나중에 올라가서 보니 원래 가려는 코스는 해발고도 900미터를 올라가고 함박령을 지나는 엄청 힘든 코스인데 신불산 자연휴양림은 고도도 700m 정도 올라가고 자연휴양림에서 바로 영축산으로 오르는 코스라 코스도 더 잛은 코스인 듯 하다.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황에서 너무나 다행
그렇다고 해도 영축산 정상까지 가는 오르막이 쉽지는 않다. 오늘 마지막 오르막이다 생각하며 정말 한걸음 한걸음 있는 힘 없는 힘 다 짜내다 보니 저 멀리 영축산이 보인다. 생각보다 멀리 있는데다가 지쳐서 쉽사리 가까워지지 않는데 더구나 다음 목적지인 신불산을 가려면 영축산을 지나는게 아니라 영축산 올라갔다가 돌아 내려와서 신불산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 같다. 여기서도 영축산 패스할까 살짝 고민하다 그래도 가야지 하고 대신 배낭은 중간에 내려두고 맨몸으로 영축산 정상으로 향함. 이 때는 뭐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빨리 박지 정해서 쉬고 싶은 생각뿐이어서 영축산은 정상석만 찍고 바로 내려와서 박지를 찾아 다님
참고한 블로그에 영축산에서 신불산 가는 길에 박지를 잡았다고 해서 신불산 방향으로 더 가다보니 딱 텐트 한동 칠 수 있을 공간이 있다. 하루 종일 걸은 거리가 33km를 넘어 더 좋은 곳 찾는건 포기하고 부랴부랴 텐트부터 설치함. 텐트 치고 옷 갈아 입고 죽전마을에서 사온 맥주 한잔 마시니 힘들었던 하루가 꿈만 같다 ㅎㅎ 내리막 오르막 진짜 지긋지긋했는데 ㅎ
오늘도 어제처럼 핫앤쿡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어제 먹다 남은 와인과 죽전마을서 사온 맥주 한캔 더 마시고 책 좀 읽다가 9시쯤 꿈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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