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8
야리가다케(槍ケ岳) → 모미사와다케(樅沢岳) → 스고로쿠 산장(双六小屋) → 유미오리다케(弓折岳) → 누케도다케(抜戶岳) → 가사가다케 산장(笠ケ岳山荘)
밤새 바람이 거세서 잠 이루기가 힘들었다. 깰때마다 텐트 밖으로 얼굴만 내밀고 하늘을 보면 전날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밤하늘에 빛나는 보름달이 아름답다. 이번에도 추석 보름달은 보고 가는구나. 다시 잠을 청해보면 다시 바람이 너무 거세어 침낭에 얼굴을 파묻고 어렵사리 잠이 들다 깸
오늘은 야리가다케에서 가사가다케 산장까지 16km, 10시간 가량 걸어야 하는 날. 거리가 길어서 새벽에 출발하자 싶어서 오늘은 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이슬비가 내리고 바람이 너무 거세다. 원래 아침도 챙겨 먹으려고 했는데 아침 준비는 불가능할 것 같아 악천후 아래 텐트만 후다닥 정리해서 5시 조금 넘어 출발. 7년 전에는 산장에서 자고 일출을 보러 야리가다케에 올라갔었는데 올해 일출은 다이텐쇼에서 본 풍경으로 만족해야 할 듯 싶다.
사실 오늘은 야리가다케 등정 이후라 긴 거리이긴 하지만 편안한 길을 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첫번째 만나는 산인 모미사와다케를 넘는 길은 조금 힘들었지만 모미사와다케를 지나서는 북알프스의 최고봉을 지났으니 이제 다른 깊은 산속을 걷는 기분으로 걸었더니 북알프스 산행의 거점이라고하는 스고로쿠 산장에 도착.
확실히 많은 코스가 교차하는 곳이라 그런지 산장도 크고 특히 캠핑장의 규모가 엄청나다. 벌써부터 아니면 아직까지 캠핑하는 텐트도 몇동 보이던데 북알프스 종주까지 아니더라도 이런 곳에서 며칠씩 캠핑하다 가도 참 좋겠다 싶다. 스고로쿠 산장에서 주문을 잘못해서 이상한 점심도 먹고 주변 풍경도 보다가 다음 목적지로 출발.
다음 목적지인 가사가다케산장까지는 9.4km. 처음 출발때는 완만한 능선이 걷기 좋네 싶더니 이곳도 역시 2,000미터가 넘는 산들이 즐비한 지역이다 보니 몇개의 산을 넘어가는 코스가 무척이나 힘들다. 끝없이 올라가는 오르막을 넘으면 바로 급경사의 내리막이 반복되는데 점점 코스를 잘 못 선택한게 아닌가 싶어진다. 가사다다케산장으로 가는 코스 말고 가미다이라 산장으로 가면 바로 하산길이어서 이 길보다는 쉬웠을텐데 ㅜㅜ
이런 후회를 하며 지친 몸을 이끌고 가는데 이런 빗줄기가 거세진다. 산지도 오래됐고 세탁도 여러번 해서 방수 성능이 미심쩍은 하드쉘을 꺼내 입고 우의 바지는 갈아 입을 새도 없이 이미 비가 거세져 온몸이 홀딱 다 젖어버렸다. 특히 좁은 등산로 양편에 우거진 키작은 관목들을 헤치고 가다보니 헤치고 가는 것도 힘들고 물기 머금은 관목의 물기가 온몸을 다 적신다. 거기다 아직 산장까지 가는 길은 먼데 비만 오는게 아니라 우루루 천둥 소리인지 바람소리인지 심상치 않은게 아니 이러다 벼락이라도 맞는거 아닌가 싶어서 겁이 확 난다. 스틱이랑 배낭 버리고 산장까지 뛰어갈까 라는 생각까지 하다가 그건 아닌거 같아서 거의 뛰다시피 산장까지 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힘이 났을까 싶다. 겨우 겨우 산장에 도착하니 도착 시간이 3시. 예상시간보다 거의 1시간 반을 먼저 온셈 ㅠㅠ
온 몸이 젖은데다가 밤에 비도 올 수 있어서 오늘은 산장에서 자기로 하고 방을 배정받은 후 안 젖은 옷으로 갈아입고 따듯한 난로 앞에 앉아 비오는 바깥 바라보면서 맥주 한캔 마시니 그렇게 고생하고도 좀 살 것 같다. 여행만 오면 낙관주의자로 변함 ㅋㅋㅋ 오늘은 산장에서 묵어서 산장에서 주는 저녁 먹고 난로 앞에 앉아 책을 좀 보다가 오랜만에 텐트가 아닌 이불 위에서 산위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냄
'일본 북알프스 오모테긴자 종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북알프스 오모테긴자 종주 Day 6 (3) | 2024.10.07 |
---|---|
일본 북알프스 오모테긴자 종주 Day 5 (0) | 2024.10.07 |
일본 북알프스 오모테긴자 종주 Day 3 (0) | 2024.10.07 |
일본 북알프스 오모테긴자 종주 Day 2 (1) | 2024.10.07 |
일본 북알프스 오모테긴자 종주 Day 1 (1) | 2024.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