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얀마 버마 여행

미얀마/버마 여행 6일 (껄로)

3/5
그동안 여러번 여행을 다녀오고 앞으로도 수많은 여행을 다니고 싶지만 앞으로 여행하면서 오늘 같은 일을 또 겪을 수 있을까? 정말 정신 없었던 하루 ㅋ ㅠㅠ
호텔에서 비행기 출발 시간보다 여유 있게 가는게 좋겠다고 해서 8시 45분 비행기인데 5:30에 일어나 6:00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 공항에 도착하니 6:50. -_-;; 너무 일찍 왔네. 여느 허름한 공항처럼 매점도 없고 해서 그냥 책이나 읽으면서 비행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8시 40분이 되어도 비행기 타라는 이야기를 안한다. 혹시 놓친건 아닌건가 불안해하고 있으니 50분쯤 되어서야 게이트를 오픈. 쌍발 프로펠러기를 타고 40분쯤 가니 껄로우와 인레 호수로 가는 헤호 공항.

공항에서 내려 껄로 가는 방법을 물어보니 전부다 택시를 타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가격이 무려 30,000k ㅠㅠ 정말 비싸다. 비행기 가격에 택시 가격까지 하면 껄로까지 이동한 교통비가 넘 비싸네 ㅠㅠ 혹시 껄로까지 가는 여행객이 있으면 택시비를 나눠서 내려고 택시 정류장 근처를 서성이는데 대부분의 서양 여행객들은 호텔에서 픽업을 나와서 호텔에서 준비한 버스나 승합차를 타고 이동하고 몇몇 서양 할아버지들과 노부부는 인레호수로 가는 동행을 찾고 있어서 결국 눈물을 머금고 30,000k을 주고 택시를 타고 껄로로 이동함. 그냥 만달레이에서 버스 타고 올걸 ㅠㅠ

껄로는 고산지대여서 그런지 기온이 선선하고 햇살도 그리 따갑지 않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인지 택시 뒷자리에 앉아 서늘한 바람을 맞다 보니 잠이 솔솔온다. 그렇게 자다 깨다 한시간쯤 산길을 가다보니 목적지인 껄로. 택시에서 내려 요금을 내고 짐을 확인하는데 헉!! 안경집이 없다!! 선글라스랑 안경이랑 번갈아서 끼는데 평소에 넣어두던 가방 앞주머니가 열린건지 아니면 택시에서 자는 동안 주머니에서 흘린건지 알수는 없는데 어쨌건 택시에 두고 내린듯. 혹시 내린 택시를 잡을 수 있을까 주변을 살펴보는데 이미 택시는 보이지 않는다 ㅠㅠ

어휴 사람이 덤벙거려도 정도가 있지 어떻게 안경을 놓고 내리냐 ㅠㅠ 선글라스야 없어도 그냥 좀 불편하고 말겠지만 안경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 심지어 새로 산지 3개월밖에 안됬는데 흑 - 남은 여행은 어떻게 하나 너무 걱정이 된다. 혹시 몰라서 예비로 렌즈를 챙겨오긴 했는데 몇개나 되나 살펴보니 왼쪽은 3개 오른쪽은 7개네 젠장... 일단 숙소를 잡고 숙소 주인에게 도움을 청해보자 싶어서 근처 숙소를 15$에 잡음. 여자 사장님한테 안경을 택시에 놓고 내린것 같은데 혹시 공항 택시 기사중에 아는 사람 있으면 연락이 되는지, 안경을 찾아서 보내주면 왕복 택시비를 주겠다고 했더니 공항 택시 기사중에는 아는 사람이 없고 대신 경찰서에 가보란다. 

그래서 알려준대로 껄로의 경찰서를 찾아감. 독재국가의 경찰이란 무능하고 부패한 인상이 강해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정 안되면 폴리스 리포트라도 받아서 보험금이라도 받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젠장 투어리스트 폴리스 사무실이 있긴 한데 잠겨 있다. 역시 도움이 안되는가 싶었는데 경찰서 본관으로 보이는 곳에 가니 젊은 경찰들이 와서 이것 저것 물어보더니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를 가잔다. 그래서 갔더니 출장소 같은 건지 좀 떨어진 곳에 다른 경찰관에게 데려다 줘서 이것 저것 설명하고 다시 경찰서로 오니 이번에는 경찰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도 여러명 와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안경의 특징같은걸 설명하고 나니 걱정마라 찾을 수 있을거다 이야기도 해주고 커피도 사주고 해서 참 고마웠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만난 경찰관이 여기 저기 전화를 하더니 일단 택시기사가 공항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도착하면 알려주겠다고 호텔에 가서 기다리란다. 일단 찾을 가능성이 조금은 늘어난 것 같아 조금 안도하고 Sam's Trekking에 가서 다음날 트레킹을 예약하고 점심 먹을 기운이 없어서 그냥 사모사랑 스프링롤 몇개랑 맥주 두병 사가서 호텔로 돌아감. 로비에서 사장님이 날 보더니 그사이 경찰이 다녀갔는데 안경을 찾아서 경찰이 가지러 갔으니 기다리라고 했다고 전해준다. 헐... 이때까지만 해도 70% 쯤은 기대를 했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지는 못함.

제발 찾아주길 바라며 숙소에서 책보고 셜록도 보고 하다가 오후를 보냄 3:00 쯤 되서 혹시 몰라서 경찰서에 가보자 했더니 종업원이 와서 경찰이 기다리고 있단다 헉! 찾았나??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경찰을 만났더니 경찰이 안경을 찾았단다. 우와 세상에~!

여권을 복사하고 투어리스트 폴리스로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같더니 웬지 높아보이는 분도 와계시고 오전에는 사복을 입고 있던 경찰관들도 어느새 정복으로 갈아입고 다 모여있다. 노트에 진술서 비슷하게 글을 남겨 달라고 해서 기꺼이 고맙다는 감사의 글을 남기고 그 높아보이는 분이 한국에 가면 미얀마가 안전한 나라라는 걸 홍보해 달라길래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도 하고 안경을 건네주는 광경을 기념사진으로도 남긴 후에 숙소로 돌아옴. 너무 고마운 마음에 경찰에게 돈을 얼마라도 주려고 했더니 그것도 안받겠단다. 여러모로 감동을 주는군 ㅠㅠ

안경을 찾고 나니 마음이 정말 가뿐해진다. 이런 우여 곡절도 추억이 되겠지 ㅎㅎ 그러고 보면 내 사진기로도 사진을 남겨놀걸 아쉽다 ㅎ시간이 좀 늦었지만 그래도 껄로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기로 함. 안경 찾은 것도 자축할겸 근처 꼬치집에서 꼬치 몇개와 맥주 두어잔 마시고 마을을 돌아다니는데 정말 작은 시골마을이다. 그동안 주로 관광지나 대도시(?)만 다니다가 조용한 시골마을을 돌아다니니 그것도 좋았다. 마을 뒤편의 언덕을 올라가니 여기도 작은 사원이 있는데 웅성이는 소리가 나서 안을 보니 어린 승려들이 불경을 열심히 외우는 소리. 귀찮거나 아니면 피곤했는지 어떤 어린 승려들은 자기도 하고 몇몇은 뒹굴뒹굴 누워 있는 모습들이 참 정겨웠다 ^^

사원을 내려오니 뉘엿뉘엿 아름다운 해가 져간다. 해가 뜨고 지는거야 단 하루도 예외가 없는 확실한 일이건만 일상에서는 해가 뜨건 지건 별 관심이 없었는데 여기 오니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 마저도 의미 있고 감동적인 일이구나 싶다. 여행은 이런 잊고 지내던 감각과 감정들을 일깨워주는 그런 경험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미얀마 여행카페에서 추천해 준 음식점이 있었는데 가이드북에도 없고 찾기가 어려워서 그냥 인도 음식점에서 양고기 커리로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함

껄로의 중심가 ㅎㅎ


싸이의 인기는 정말 글로벌하다





언덕에서 바라본 껄로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