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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버마 여행

미얀마/버마 여행 7일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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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으로 여명이 비친다. 
잠시 누워서 해가 뜨는걸 바라보고 있자니 참 좋다. 오늘부터 2박 3일간 껄로의 산을 트레킹하는 일정. 
좀 부실했던 아침을 먹고트레킹을 시작하러 8시에 모임 장소로 감. 어제 예약할때는 나말고 2명이 먼저 예약을 했다고 하는데 오늘 가보니 나까지 6명이 꽉 차서 같이 트레킹을 하게 되었다. 큰 짐들은 인레 호수의 숙소로 보내고 트레킹을 시작. 

사실 트레킹이라고 해봐야 네팔처럼 압도적인 히말라야의 경관이 펼쳐지는 그런건 아니고 그냥 평범함 산길을 따라 미얀마의 고산 지대를 걸으면서 산속 마을에 사는 미얀마의 소수 민족들의 삶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게 껄로 트레킹의 미덕이라고 하겠다. 껄로 자체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지만 사람도 차도 거의 없이 가끔 오토바이와 우마차만 오가는 한적한 산길을 따라 걷는게 참 평화롭다. 

길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함께 트레킹을 하는 동료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프랑스 커플 2쌍과 네덜란드 남자 1명 그리고 나까지 6명과 2명의 가이드 (남자 1명, 여자 1명인데 사촌지간이라고 했다)가 이번 트레킹의 구성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프랑스 커플은 보르도의 교육청에서 일하는데 안식휴가를 받아서 6개월 계획으로 여행을 와서 현재 3개월째 여행중이라고 했고 파리에서 왔다는 커플은 토마스쿡에 다니는데 1년간 무급휴가를 내고 2개월째 여행중이고, 네덜란드 남자 여행객은 전기 관련 기술 학교를 마치고 직장을 가지기 전에 9개월 계획으로 여행중이고 현재까지 6개월째 여행중이라고... 흐 나는 2주 여행도 참 이것 저것 눈치 보면서 어렵게 왔는데 6개월에서 1년이라니... 참으로 부럽고 2주라는 여행기간은 저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순간이구나 싶다. 

6개월에서 1년이라 그렇게 오래 여행을 다니면 기분이 어떨까? 난 그렇게 오래 여행을 다녀본적이 없어서 궁금하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 여행중인지도 모르지 않을까? 나도 언젠가 그렇게 오래 오래 일정에 상관없이 가고 싶은데 가서 며칠씩 눌러 있다 오고 그렇게 여행을 가보고 싶다. 그런데 여행중에 책을 가져가서 시간 나면 읽곤 하는데 6개월이면 책을 몇권을 가져가야 할까?  ^^

산장이나 식당 이런건 당연히 없고 산속 마을의 현지인들의 집에서 가이드가 해주는 점심을 먹고 오후도 계속 걸어 오늘 밤을 묵을 숙소에 도착. 6명의 일행에 맞추어 6개의 잠자리가 한방에 일렬로 준비되어 있다 ^^;; 숙소에 짐을 풀고 숙소 앞에서 일행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맥주도 한잔 하다 보니 어느덧 산속의 해가 져간다. 전기도 안들어 와서 태양열로 충전한 배터리를 이용한 몇촉짜리 전구만이 어둠을 밝히는 이곳은 밤에는 칠흙 같은 어둠이 내린다. 

전기도 없고 상수도 시설도 없어서 마을 중앙의 공동 수원에서 물을 받아가서 생활하고 도로 사정과 통신 시설도 의료와 교육 시설도 턱없이 부족한 이곳의 삶이라는게 현대적인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가슴도 아프고 인간적인 삶을 위해 전기, 상수도, 도로와 통신 인프라와 의료와 교육 시스템도 확충이 되면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이곳에서 하루 하루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전통적인 방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도시에서는 이제는 없어진 무언가를 생각나게 해주는 것도 있는 것 같다. 해가 져가면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소들은 집에 돌아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마치는 커다란 변화와 속도에 대한 강박이 없는 그런 삶

가로등은 당연히 없고 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도 찾아보기 힘들어 대신 밤하늘의 별빛으로 가득찬 미얀마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숙소로 돌아오니 일행들이 같이 게임을 하잔다. 유명인 이름을 각각 5장씩 적어 넣어서 이걸 한번은 말로 한번은 한단어로 한번은 몸짓으로 마지막은 정지된 동작으로 설명하는 그런 게임인데 미드 같은데서 한번씩 봤던 기억이 난다. ㅎㅎ 즐겁게 게임까지 즐기고 나니 저녁 10시. 산속의 하루는 일찍 시작해서 일찍 마무리 되는 법. 제대로 씻지도 못했지만 불을 끄고 모두들 잠자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