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교토

한국도 오늘은 노동절이라 다들 쉬고 있겠구나. 날씨가 좋았다면 모두들 여기저기 야외로 놀러들 갔겠지. ^^
오늘은 교토로 이동하는날. 오사카와 나라는 비록 12년 전이지만 한번 와본적이 있었던데 반해 교토는 난생 처음 방문이라 좀 설렌다.
스티브 잡스가 사랑했던 도시라서 자식들을 데리고 여러차레 방문 했다지 ^^ 일본 천년의 수도 교토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숙소가 있던 JR 신이마미야역에서 오사카역으로 이동해서 교토선을 타고 드디어 출발. 여행전에 가져온 책중 필립 K 딕의 장편소설 '화성의 타임슬립'을 완독해서 오늘은 런던 디자인 뮤지엄 관장 데얀 수직이 쓴 '사물의 언어'를 읽으면서 옴. 모든 물건이 일상품화 되고 결핍이 없어진 풍요의 시대, 자본가들은 어떻게 소비를 창조해 내는지, 예전에 그 역할이 광고와 홍보였다면 이제는 디자인의 관점에서 풀어가는 책인데 초반 조금만 읽어도 흥미진진하다. 여행중에 다 읽을 수 있기를 ^^ 이 책 말고 교토 여행 경험이 있던 선배 소개를 받아 '교토 천년의 도시'라는 교토 관련 책도 한권 샀는데 이건 정말 대실망! 가이드북으로써  쓰는 용도를 기대한 건 아니고 교토의 역사와 이야기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기대하고 교토의 명승지를 가면 도움이 되겠거니 했는데 - 크리스티앙 자크와 함께하는 이집트 여행이나 스페인 내전과 같은 책처럼 - 글발이 없어서 재미도 없고, 깊이도 없고 무슨 블로거가 그냥 관광지 정보 모아서 책으로 낸 수준이라 대 실망. 딱 하나 이런 허접한 책에 19,000원이라는 가격을 붙인 출판사의 배포는 높이 살만 ㅠ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덧 종점인 교토.

짐을 코인 라커에 두고 근처 구경을 하고 체크인을 할까 하다가 체크인 시간을 보니 보통 다른 숙소가 3시인데 여기는 1시로 무척 빠르다. 배도 고프고 해서 점심먹고 체크인 하고 여정을 시작하기로 함. 마츠야에서 규동하나 먹고 숙소를 찾아가는데 지하철 역에서 좀 멀다. ㅠㅠ - 어떻게 여기를 거점으로 다니나 싶었는데 다행히 숙소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이후에는 그거 타고 다녔음 - 아이폰 지도를 사용해서 겨우 숙소로 찾아왔는데 세상에 아이폰이 못하는게 뭔지 ㅎㅎ Weekly mansion 이라는 곳에 묵었는데 호텔은 아니고 민박도 아니고 건물 하나를 그냥 장기- 단기로 빌려주는 숙소 같았다. 마침 내가 여행 온 시기가 일본도 일주일 스트레이트로 쉬는 골든 위크라 다른 숙소가 없어서 booking.com에서 남은거 예약해서 왔는데 가격은 좀 비싸지만 그럭 저럭 다른 일본의 비즈니스 호텔이랑 비슷한 수준에 취사도구가 있어서 좀 좋았음. 숙소에서는 인포메이션이 없어서 체크인 어떻게 하냐고 전화했더니 방에서 기다리면 직접 방으로 오더군 ㅎㅎ

교토에서 처음으로 들린 곳은 Uji 지역의 뵤도인.

뵤도인은 1,000년도 넘은 목조 건물로 유명하고 근처의 우지가미 신사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며 녹차의 고장으로도 유명한 곳인데 교토 시내에서는 좀 떨어져 있어 짧은 시간에 교토를 보고 가는 관광객은 잘 안보는 곳이라고.

JR 나라선을 타고 Uji 역에서 내려 관광안내 센터에서 지도를 달라고 하니 친절하게 관광 루트까지 알려준다. ^^ 알려준데로 루트를 따로 걷는 우지의 골목은 조용하고 깨끗하고 무척이나 정겹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 보면서 맘에 들었던 골목의 모습인듯 싶어서 좋았음 ^^
10분쯤 걸어 뵤도인에 들어가니 자갈로 된 산책길과 옆에 심어진 나무와 꽃들이 무척이나 포근하다. 포근한 산책길을 따라 본 봉황당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왔는데 일본의 10엔 동전에도 들어 있는 봉황당을 보고 있자니 역사나 건축 이런거 잘 모르는 내가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1,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화재 한번 없이 거의 원형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게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뵤도인 경내에 있는 작은 박물관에는 지붕에 있는 봉황조각의 원본과 (이 조각은 1,000엔 지폐인가에 들어 있다고 함) 뵤도인에서 발굴된 여러가지 유적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구름 위의 부처들을 형상화한 조각품이 제일로 기억에 남는다.

뵤도인을 나와서는 우지 공원에서 캔맥주 한잔 하면서 지친 다리를 쉼. 공원에서 바라보는 우지의 전경이 참 아름답다. 푸르른 숲이 참 좋은데 가을에 오면 불타는 듯한 절경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나중에 기회 되면 또 와야지..그다음에 간 우지신사와 우지가모 신사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되어 있다는데 규모가 참으로 소박하다.  그동안 여행다니면서 본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은 다 규모가 엄청나던데 여기는 두채의 건물과 3개의 조그마한 신사가 전부 ^^ 뭐 규모는 작았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어 좋았음

이제 다시 교토로 돌아올 시간... 교토로 돌아오는 시간도 아까워서 ^^ 중간에 오는 길에 내려 붉은색 도리이들이 열주를 이루는 후지이 미나리 타이샤를 들르기로 함.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고 이나리 역에서 내리니 바로 앞에 신사가 보인다. 굉장히 큰 도리이가 앞에 있는데 우지가미 신사에서도 그랬지만 도리이를 통과하면 웬지 신성한 곳으로 입장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ㅎ
후지이 미나리는 그 도리이가 수천개가 늘어서 있는데 소망을 비는 사람들이 돈을 내고 하나씩 세우던게 그렇게 많아진거라고... 돈에 따라 크기가 다른데 뒷편에 쓰인 문구를 보니 대부분 무슨 회사들에서 회사의 번창을 빌며 세운듯 싶었다.

일본의 신사에서 소원을 비는 방식은 조금은 독특했는데 신사 앞에 방울이 끈에 매달려 있으면 한번 흔들어서 방울을 울린 뒤에 합장을 하고 절을 두번하고 - 그 다음이 중요한데 - 박수를 짝! 짝! 두번치고 다시 절을 한다.
아저씨들은 '앗! 깜짝이야' 싶을 정도로 박력있게 짝! 짝! 치기도 하고 아주머니들은 다소곳이 조용히 치기도 하는데 조용한 경내에 경쾌한 박수소리가 퍼지면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본인을 위해 소망을 비는 구나 싶어서 마음이 따듯해진다. - 설마 불법적인 일을 빌지는 않았겠지 ㅎ - 나도 따라서 박수 두번 치고 이번에도 00 하게 해주세요 마음 깊이 소원함 ^^

인터넷에서 뽑아온 자료에는 근처에 서민적인 이자까야가 많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보이질 않아 교토역으로 와서 덴뿌라 정식과 시원한 생맥주로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옴. 이자까야 같은데서 한잔할까 싶어 주변을 찾아봤는데 교토는 찾기가 어려워 숙소에서 음악 들으며 하루를 정리...



교토에서 묵었던 숙소. 저 우산은 비와서 샀는데 요긴하게 쓰고 두고 옴 ㅎ



동전에 담긴 모습을 함께 담아봄 ㅎ





단풍드는 가을엔 더 멋질것 같은 울창한 숲




우지 신사



우지가모 신사에 있는 본당. 아마 일본 국보로 지정되 있을 듯



녹차의 고장이라니 녹차 아이스크림도 한번 먹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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