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5


12시 넘어서 잠자리에 들면 보통 7시 전에 눈이 떠지는데 오늘은 눈을 뜨니 8시다. 피로가 점점 쌓이고 있긴 한가보다 ㅎ 얼른 씻고 아침도 먹고 하루를 시작함.


일단 오전에는 Myvatn 호수를 구경하려고 인포메이션 가서 어디 가면 좋을지 추천을 받아 다니기 시작함. 아이슬란드 다니다 보면 맥북사용자들에게는 익숙한 ⌘ 사인이 많이 보이는데 (실제로 애플에서 커맨드키 아이콘을 선택할때 북유럽에서 사용되던 이 사인을 차용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게 가볼만한 관광지라는 표시. 가끔은 저 표시 믿고 갔다가 에이 별거 없네 하고 나올때도 있지만 그래도 목적 없이 저 표시만 따라 다녀도 주요한 곳은 다 볼 수 있다. ㅎ 그래서 오늘도 Myvatn 근처의 ⌘ 표시 지역을 다님. 처음 간곳은 호수의 아름다운 전경이 보이는 곳이었는데 그곳 까지 가는 조용한 산책길도 마음에 들고 그곳에서 본 호수의 모습도 참 차분하니 좋았다. 두번째로 간곳은 인포메이션에서 말해주길 화산 폭발때 에어버블 어쩌고 하던데 그래서 작은 분화구들이 호수 위에 여러개 펼쳐져 있는 그런 곳이었는데 이곳도 정말 아름다웠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야트막한 분화구들과 거울 같이 맑고 깨끗한 호수, 멀리 펼쳐진 설산과 호수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수많은 새들의 모습이 너무 좋은데 지금까지 봐왔던 와일드하고 장엄한 아이슬란드의 자연과는 또 다른 평온하고 차분하고 맑은 느낌인데 그게 너무 좋다 ㅠㅠ 한참을 크레이터 따라 걷다가 근처에 산도 추천되어 있길래 산에 올라가면 호수 전경을 볼수 있을 것 같아 한번 올라가 보기로 함.


차를 타고 가다보니 표지판이 나와서 주차하고 점심을 챙겨서 걸어가는데 오른쪽에 산이 보이긴 하는데 너무 가파르고 길 비슷한것도 안보여서 저기는 아니겠지 싶어서 뒤에 또 있나 하면서 계속 가봄. 한참을 가도 그 산말고는 안보이길래 뭐 잘못되었나 싶어서 조금만 더 갔다가 그냥 돌아가자 하는데 헉 지금까지 저산은 아니겠지 한 산이 맞는지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헉 여기를 진짜 오를 수 있나 싶은데 마침 올라갔다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어서 올라가보기로 함. 지도에 높이는 590미터 정도로 나와 있는데 이게 중간에 쉬임 없이 한번에 오르는 오르막이고 나무와 풀 이런거 없이 오로지 자갈과 흙길이라 오르는 길이 쉽지 않다. 뭐 그래도 내가 제작년에 호도협 39밴드도 간 사람인데 이정도야 생각하며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니 진짜 정상이 나온다. 힘든만큼 보람이 있게도 위에서 바라보는 호수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아름답기도 하고 이 좋은 경치를 즐기는 사람이 오로지 나뿐이라 바람소리 말고는 세상이 정말 고요하다. 키보드 다닥 거리는 소리, 전화소리, 때로 고성의 소리가 들리고 누가 잘했네 못했네 이런 다툼들 속에서 지내던 서울에서의 나날들 그리고 며칠후 돌아가야할 나날들이 생각에 문득 마음이 답답해진다


호수 전경을 보며 점심을 먹고 나서 산에서 내려와 오후의 일정을 시작. 처음은 Hverir라는 곳을 갔는데 가는 길에 신용카드 잃어버려서 이쪽에서 보기로한 여자친구 만나기 전에는 렌트 못하고 히치하이킹중이라는 덴마크 여행객을 태워서 목적지에 도착. 이곳은 지각 활동이 활발해서 여기 저기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진흙이 부글부글 끓는 그런 풍경인데 유황냄새가 진하고 무척이나 기괴한 풍경을 보여준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모르도르가 이런 풍경과 비슷하려나...이 근처에도 오전에 오른 산과 비슷한 산이 있어서 한번 올라가볼까 하다가 여기선 별로 볼게 없을 것 같아 포기하고, 다음 목적지로 Dimmuborgir라는 곳을 가봄


이곳은 화산이 폭발했다가 마그마가 급격히 식어 기괴한 형상의 암석이 생성된 지역으로 그 규모가 상당하다. 아침에 인포메이션에서도 적극 추천하길래 오랜 시간 머무르려고 갔는데 생각보다는 좀 별로였다. 신기한 것 = 아름다운 것은  아니니.. 좋게 봐줘서 기암괴석들이 모여서 만드는 풍경들이 이색적이긴 한데 바위들이 너무 못생겨서 좀 웃겼다. 마치 유치원 생들에게 진흙가지고 놀라고 시킨 다음에 나온 결과물들을 굳히면 여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ㅎㅎ 호수를 한번 더 보고 하루 더 머무를까 하다가 시간이 좀 늦더라도 다음 캠핑장으로 가는게 다음 일정에 좋을 것 같아 부지런히 다음 목적지로 향함


캠핑장으로 가기 전에는 Goðafoss에 들렀는데 Goða는 아이슬란드어로 신을 의미한다고. 즉 신들의 폭포라는 이야기인데 그 유래는 아이슬란드는 1,000년에 Althing에서 기독교를 국교로 정했는데 그러면서 그전에 섬기던 신들의 성상들을 이곳에 버리면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유래야 어찌 되었던 신들의 폭포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오늘 많이 걷고 해서 피곤했는데 폭포를 보는 순간 피로가 가시고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 ^^ 폭포를 한참 보고서 아큐레이리 근처의 Hamrar 캠핑장으로 향함


아큐레이리로 가는 길은 갑자기 안개가 짙게 껴온다. 길은 험한데 안개가 짙어져 너무 어두워져서 큰일이네 싶어서 조심 조심 운전하는데 문득 내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는게 떠올라 선글라스를 벗으니 음. 별로 어둡지는 않구나 ㅋㅋ 어쨌건 짙은 안개를 뚫고 아큐레이리에 도착하니 안개도 걷혀서 무사히 캠핑장에 도착. 이곳은 아이슬란드에서 손꼽히는 캠핑장이라는데 과연 규모도 크고 시설도 매우 훌륭하다.


열심히 텐트를 치고 있는데 우연히 옆에 캠핑여행중인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그분들은 85일간의 세계 여행중이고 (부럽..) 아이슬란드에서는 나와 반대로 링로드 일주중이시라고, 나보다 늦게 여행을 시작하셨으니 나처럼 비는 안만나셨겠구나 싶어서 더 부러웠음. ㅋ 근데 운이 좋았던게 저녁으로 파스타 만들어 먹으려고 파스타를 끓이는데 이런 가스가 없다! 혹시 몰라서 한국인 부부에게 물어봤더니 여분이 좀 있어서 반값에 파셔서 아주 다행스럽게도 저녁을 먹고 답례로 맥주도 함께 나누어 마시며 오랜만에 (한국말로)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정리함










설마 저산을 올라가나 싶었는데 저산의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ㅎㅎ


저 길 못봤으면 그냥 돌아 갔을 듯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안들리는 산위에서 점심을 








폭발할것 처럼 강하게 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너무 어글리하다 ㅋㅋ




이 날은 토마토 소스 넣어서 파스타 만들어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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