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
미얀마 오기 전에 카페에서 본 글은 대부분 미얀마 너무 좋았다고 하고  - 사실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인 여행을 별로라고 하기가 어렵겠지 - 여행기 읽어보면 실제로 너무 좋을 것 같아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이번 여행은 기대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오늘은 여행의 정말 마지막 날. 딱히 할건 없고 그냥 저녁에 쉐다곤 파고다에서 일몰을 보기로 하고 그 전에 안가본 몇군데 가보고 영화나 한편 보기로 함. 

느즈막히 숙소를 나와 차이나 타운을 찾아 가는데 근처에 온것 같기는 한데 - 중국 간판도 보이고 중국 음식점도 보이고 - 먹을까 말까 고민했던 만두집을 빼고는 흥미로운게 없어서 잠깐 둘러보고 론리 플래닛에서 추천한 Feel Myanmar로 점심을 먹으러 감. 식당에 도착하니 역시 유명한 곳인지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 가게가 꽉차있다. 주문을 하려고 보니 메뉴 이런게 없고 그냥 다양한 음식이 있는 곳에 가서 음식을 보고 바로 주문을 하라고 알려준다. 주문하러 갔더니 야채부터 해산물과 각종 튀김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커리들이 준비되어 있는데 하나 하나 다 맛있어 보인다. 뭘 먹을까 하다가 그냥 포크 커리와 치킨커리를 시키고 자리로 돌아옴. 밥과 야채는 300에 무제한 제공되고 커리는 한종류에 2500 정도 하는데 맛도 매우 훌륭했다.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있었어.^^

배도 부르고 날도 더워져 극장에서 영화나 한편보자 하고 양곤 시내의 영화관을 찾아감. 우리나라의 멀티 플렉스에 익숙해져서 처음 간 극장에서 시간에 맞는걸 찾아보니 the four 라는 영화여서 그걸 보기로 했는데 나중에 극장을 나와보니 다른 극장에서는 폼페이를 하고 있었다. 에이 폼페이 볼걸 좀 아쉽지만 폼페이도 아주 보고 싶던 그런 영화는 아니었으니 뭐...;;

영화는 정말 재미 없어서 끝까지 볼수가 없어서 중간에 나왔는데 영화 시작전에 국가가 나와서 사람들 몇몇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과 중국어 영화임에도 자막이 영어로 나오고 미얀마 자막은 없는 건 신기했다. 미얀마 사람들은 자막 없이 저걸 다 보다니...;;
극장을 나와서는 보족 시장에서 기념품 몇개 사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쉐다곤 파고다로 감

여행 처음에 낯선 미얀마에서 처음 접하고 놀라운 첫인상이었는데 여행의 마지막도 쉐다곤인게 좋았다. 최근 감동적으로 본 인사이드 르윈에 처음과 끝의 장면 사이에 일상의 여정을 힘들게 여행하는 예술가의 초상을 그렸다면 내 이번 여행도 처음과 끝이 같지만 길지 않은 동안 나에게도 어떤 변화가 있었겟지. 이번 여행을 통해 느꼈던 평화로움과 여유가 서울에 가서도 조금은 이어지길...

해져가는 쉐다곤은 오전에 봤던 쉐다곤보다 더 좋았다. 져가는 햇살을 받아 더욱 금빛으로 빛나는 탑과 참배를 드리는 미얀마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6시가 되니 정갈한 여성 스님들과 신도들이 불경을 낭독하는지 조용하게 노래를 부르는데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주책없이 눈물이 핑~ ㅠㅠ 노래가 끝나니 승려님들이 탑돌이를 하는데 함께 따라 탑을 돌다보니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가지만 앞으로 또 다른 세상을 만나러 갈 수 있게 되기를..
안녕 미얀마/버마~



재미없는 영화를 봤던 미얀마 극장



저렇게 신자들이 청소를 하면서 탑을 계속해서 돈다. 그러고 나면 승려님들이 탑돌이를 함



노래 소리에 눈물이 핑~ ㅠㅠ





안녕 미얀마/버마~

3/11
마지막이 다가오는게 두려웠는데 결국 다가오고야 말았구나 ㅠㅠ 
오늘이 미얀마에서의 마지막 밤

어제 밤에 탄 버스는 아침 6시 반쯤 터미널에 도착.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시간이 잘 맞아서 다행이다. 마지막 날은 첫날 묵었던 레인보우 호텔에서 묵기로 해서 택시를 타고 가려고 했더니 30,000k을 달란다. 미친... 농담하냐고 올때 7,000 주고 왔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8,000에 가자고 한다. 그래서 1,000 더 내기로 하고 합승을 잔뜩 해서 호텔에 도착

호텔에서 다행히 바로 체크인 할 수 있다고 해서 방으로 갔는데 첫날 실수(?)로 내어준 더블룸에 비하니 차이가 크다. 하루에 45$인데 양곤 숙박 물가가 비싸긴 비싼 모양... 숙소 가격이야 그렇다 치고 여기에 묵는 숙박객들이 개인 여행객들이 아니라 비즈니스차 오신 분들이어서 그런지 여행자들 특유의 활기참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인사를 해도 인사를 받아주는 사람도 거의 없고 아저씨들은 정말 우리나라 남자 특유의 무뚝뚝 그자체... 무슨 이야기를 하나 옆에서 들어보니 전부 어느나라에서 얼마를 투자했네..계약을 어떻게 했네 다 이런 이야기들만 하더군. 지루해~

오늘과 내일 2일간 무얼 할까? 쉐다곤 파고다는 내일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보기로 하고 오늘은 양곤의 다른 사원들을 보고 양곤 순환열차를 타기로 함. 사원은 마침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 숙소를 나와 사원을 찾아 가는데 첫날 아침은 그렇게 낯설고 그러더니 이제는 여기가 외국인가 싶을 정도로 낯이 익다. 포장마차에서 아침으로 국수도 하나 사먹고 조그마한 시장을 지나 목적했던 사원에 도착. 여기는 아주 거대한 불상이 유명한 곳인데 크기 말고는 사실 그다지 인상적인건 없네 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분이 옆에 오시더니 이마에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있다고 알려준다. ㅎ 자세히 보니 다이아몬드 뿐만이 아니라 갖은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는게 눈에 띄긴 한다. 근데 나중에 론리플래닛을 보니 불상보다 불상 뒤의 나무 조각이 더 아름다워서 볼 가치가 있다고 되어 있었다.

사원에서 나와 바로 길을 건너니 다음 목적지인 짜욱 타지 사원. 이곳은 1950년에 만든 거대한 와불상이 유명한데 여기 불상도 크기 말고는 그다지 인상적인건 잘 모르겠다. 그래도 미얀마 사람들이 조용히 참배 드리고 더위를 피해 쉬면서 책도 읽고 심지어는 도시락을 싸와서 도시락도 나누어 먹는 모습들을 보니 괜시리 나도 평온해지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사원을 나와서는 양곤 시내를 한바퀴 도는 양곤 순환 기차를 타러 감. 원래는 보족시장이 있는 중앙역에서 타는 모양인데 지도를 보니 사원에서 가까운 곳에 기차역이 있어서 물어 물어 역을 찾아감. 이곳은 관광객들이 거의 없는 곳인지 식당도 그냥 현지인들을 위한 로컬 식당밖에 없다. 입맛에 잘 안맞았던 점심을 매우 싼값에 먹고 기차표를 예매하니 시간이 좀 남는다. 역 앞 가게에서 맥주 한잔 마시면서 점원들에게 기차 시간에 대해 물어보니 뭔가 잘못된 듯. 역무원이 알려준 시간과 다르다. 이상하다 싶었는데 좀 있다 젊은 가게 주인이 와서 역까지 가서 시간을 알아보더니 표를 잘못 끊었다고 바꿔야 된다고 알려준다. 나는 순환 기차를 타려고 했는데 역무원이 양곤 가는 기차로 잘못 알고 반대편 시간을 알려준 듯... 잘못된걸 알려준 참으로 친절한 가게 주인과 귀여운 미얀마 아가씨들 ㅠㅠ

캔맥주도 두개 사서 기차를 타니 기차는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오고 자리는 거의 텅텅비어서 매우 여유롭다. 서로 마주보고 앉는 좌석인데 4개의 좌석을 홀로 차지하고 앉아서 음악 들으며 캔맥주를 마시면서 덜컹이는 창밖으로 양곤의 풍경이 느릿느릿 흘러가는게 너무 좋았다. 원래는 순환열차가 한바퀴 돌면 3시간쯤 걸린다는데 1시간쯤 가더니 온길로 되돌아 간다 ㅠㅠ 그래서 다시 되돌아와 중앙역에서 하차.

다음 목적지는 깐도지 호수에서 일몰을 보기로 함. 호수까지 걸어가다 보니 이슬람 사원이 보여 양해를 구하고 들어갔더니 마침 예배가 한창이다. 수염을 덥수룩히 기른 아저씨들이 일제히 경건하게 예배를 드리는 모습은 언제 봐도 경건함이 느껴져 참 좋다. 미얀마에서 이슬람은 소수 종교와 소수 민족으로 많은 탄압을 받고 있다는데 그것도 하루 빨리 해결되길...

깐도지 호수로 가니 호수를 따라 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서울 가면 날씨도 많이 좋아졌을텐데 나도 또 열심히 달려야지 다짐함. 깐도지 호수에서는 쉐다곤 파고다가 멀리서 보이는데 쉐다곤 파고다를 배경으로 해지는 모습도 매우 아름답다. 노을을 배경으로 실루엣으로  남았다가 조명이 켜져서 홀로 빛나는 쉐다곤을 카메라에 담고 깐도지 공원을 걸음. 마침 미얀마 아마츄어 밴드가 공연하길래 그것도 보고 근처 타이 음식점에서 오랜만에 매운 레드 커리를 먹고서 숙소로 돌아와 숙소앞 바에서 맥주 한잔 하면서 마지막 밤을 보냄...










미얀마에서 찾아보기 힘든 교회인데 색깔이 너무 특이해서 무슨 세트장인줄 알았다 ㅎㅎ







3/10
전날 프랑스 친구들이 보트를 빌렸으니 같이 타자고 해서 8시에 쓰린 속을 안고 - 전날 과음을 해서 - 약속 장소로 감. 하루 빌리면 15,000인데 5명이니 각각 3,000씩 내기로 함. 

인레 호수가 워낙에 넓다 보니 이곳 저곳 이동하는데만도 한참이 걸린다. 어제 마신 술때문에 중간 중간 꾸벅꾸벅 졸면서 인레 이곳 저곳의 목적지를 방문함. 호수를 시원한 바람 맞으면서 가는건 좋은데 자꾸 기념품 같은 쇼핑하는 곳으로만 데려가서 좀 실망했음. 그리고 고양이들이 점핑하는 쇼를 보여줘서 유명하다던 점핑 캣 사원은 고양이들이 점프는 안하고 지들끼리 놀고만 있고 그래도 귀엽다고 - 주로 여자 관광객들이 - 하는 관광객들만 봐서 아쉬웠지만 인레 호수 곳곳을 배타고 다니는건 좋았다. 오늘의 하루 일정을 마칠 시간 껄루에서부터 너무 고마웠던 일행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 이번 여행은 그 친구들 덕에 외로울 틈 없이 즐거웠던 것 같다. 앞으로 오랜 기간을 여행할텐데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들만 생기길...

버스 출발이 7시라 저녁 시간이 좀 애매하다. 6시에 호텔로 픽업을 온다고 해서 좀 이른 저녁을 먹으러 론리 플래닛에서 추천한 Linn Htet 식당을 찾아감. 그런데 가게 분위기가 좀 이상한게 테이블의 의자는 다 테이블위에 올려져 있고 가게 중앙에서는 무슨 축하 행사를 한 모양이다. 영업 안하냐고 물어봤더니 마침 그날이 그곳 사장 아들의 첫돌이라 돌잔치를 하고 있었다고. 그래서 축하한다 그러고 그냥 나오려고 하는데 사장이 괜찮으면 생일 축하 음식을 먹고 가라고 한다. 맛있는 치킨 누들과 라임 쥬스 까지 한잔 마시고 다시 한번 생일을 축하해주고 나와 터미널로...





우리나라에도 있던 예전 시골 장터와도 같았던 시장







점핑캣 사원이라며 점핑은 안하고..-_-;;

이녀석의 돌. 돌잔치 음식 맛있었음 ㅋ



3/9
좋고도 좋구나

아침에 눈을 떠 좀 느즈막히 준비하고 하루를 시작. 자전거를 빌려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로 하고 숙소 주인에게 갈만한 곳을 물어보니 코스를 추천해줘서 그 코스를 따르기로 함. 

숙소 근처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처음에 가는 길이 참 마음에 든다. 포장된 도로에 양옆으로 울창한 가로수 덕에 햇빛도 막아주고 음악 들으면서 자전거로 가는 길이 경쾌하다. 힘들면 곳곳에 보이는 정자 같은데서 쉬기도 하고. 그런데 금방 목적지에 갈줄 알았는데 그 길로 두시간정도는 자전거로 간듯... 하도 오래 걸려서 중간에 길 잃어버린줄 암 ㅠㅠ 거기다가 빌린 자전거는 원래 그랬는지 아니면 타다가 중간에 그랬는지 뒷바퀴에 바람이 하나도 없다. 아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데 다행히 가다보니 오토바이 수리하는 곳이 있다. 거기서 바람 좀 넣어 달라고 했더니 바람을 넣어주더니 펑크 났다고 1,000k에 고쳐준단다. 휴 다행이다. 그래서 거기서 수리하고 다시 페달을 밟아 호수를 향해 가는데 아무리 가도 호수가 안보인다. 인레 호수는 호수 주위에서는 대부분 농가들이어서 호수로 가는 길이 어디인지를 모르겠다 ㅠㅠ 한참을 헤매다가 오다가 지나쳤던 호텔로 들어가니 거기가 바로 내가 찾던 목적지.. 호수가의 전경이 잘 보이는 호텔도 참 멋지고 - 나중에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오고 싶구나 ㅠㅠ - 호텔 뒤편의 언덕에 있는 사원에서 바라본 호수의 전경도 멋지다. 

반대편의 마잉따욱까지는 배에 자전거를 싣고 배를 타고 이동. 껄루에서 트레킹을 마치고 올때도 느꼈지만 인레 호수는 그 규모가 정말 크다. 반대편으로 가는데에만도 한참을 배를 타고 간듯.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도착한 마잉 따욱은 물위에 수상가옥을 짓고 거기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인데 잔잔한 호수와 그 위의 수상가옥들 그리고 집집들을 오가는 작은 배들이 만드는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점심을 먹고 근처를 돌아보다 수상가옥을 카페로 만든 곳에서 시원한 맥주도 한잔 마시면서 고양이랑 놀다보니 마음이 절로 평온해진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혹시 일몰을 볼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일몰때 오면 카누로 돌아볼 수 있다고 해서 일몰때 다시 오겠다고 하고 남는 시간동안 와이너리에 다녀오기로 함

와이너리는 마잉따욱에서 한시간 정도 거리인데 날이 더워서 좀 고생했음. 더위와 먼지에 지친채로 도착한 와이너리에서는 근사한 와인도 한잔하면서 포도밭의 정경 - 그리 넓다고 하긴 어렵지만 - 을 보니 혼자 온게 너무 아쉽다. 뭐 그래도 주위를 보니 혼자서 와인을 홀짝이는 여행객이 나 혼자는 아니네 ㅋㅋ. 저녁때 프랑스 친구들과 마실 와인도 한병 사서 마잉따욱으로 돌아와 일몰을 볼 시간 역시 자전거를 한시간 정도 타고와서 지친 몸을 쉬다가 맥주 한병 사들고 카누를 탐. 가게에 계시던 할아버지가 손과 발로 저어주는 카누는 정말 수면에 딱 붙어서 천천히 미끄러지듯이 호수를 이동한다. 집들을 따라 나 있는 구불구불한 수로를 따라가며 보는 마을으 풍경은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핑돈다. 평화롭게 흔들리는 카누위에서 잊지 못할 인레호수의 일몰을 보고 돌아오는 길의 풍경도 너무나 아름답다.

이제 숙소로 돌아갈 시간. 프랑스 친구들을 7시에 만나기로 해서 같이 저녁을 먹어야 겠다 했는데 배를 타려고 물어보니 8,000k를 달라고 한다. 에이 그냥 체력을 믿고 자전거로 가야지 했는데 휴... 가로등도 없고 그뭄이어서 달빛도 하나 없는 길을 손전등 하나 들고 자전거로 가자니 거리도 멀고 사고 날까봐 무서워서 혼났음 ㅠㅠ

냥쉐를 지나칠까봐 겁났는데 다행히 냥쉐 근처에서는 불빛도 많이 보이고 해서 겨우 겨우 약속장소를 찾아감. 오늘 하루일을 이야기 했더니 다들 그냥 힘들어서 숙소에서 쉬었다고 하는데 나만 몰골이 말이 아니다 ㅋ 오늘도 식전주로 맥주를 한잔하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피자와 모히토 그리고 와이너리에서 사간 와인까지 나누어 마시면서 즐거운 저녁을 보냄...

























3/8
산에서의 마지막 날. 전날 밤에 작게 코를 골았다고 해서 걱정스런 마음에 어제도 혹시 코 골았냐고 물어봤더니 보보는 깊이 잠들어서 못들었다는데 다른 일행이 작게 골았다고 알려준다. ㅠㅠ 코 곤다는 소리 전에 못들어봤는데 차고 건조해서 그런걸까? ㅠㅠ 미안하다고 사과했는데 뭐 아주 크게 골지는 않고 그냥 숨소리가 좀 큰 정도였다고 괜찮다고 해준다 ^^

아침을 먹고 면도도 못하고 머리도 못감은 채로 마지막 날의 트레킹을 시작. 어제 가이드에게 물어보기를 12시 쯤에 호수에 도착한다고 해서 곧 도착하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꽤 먼길을 걸어감. 나즈막한 구릉들이 역시나 아름다운데 1박 2일로 왔으면 좀 아쉬웠겟구나 싶다. 12시쯤 해서 트레킹은 끝나고 점심을 먹고 이제 헤어질 시간. 보트를 타고 숙소가 있는 냥쉐로 이동하는데 수면에 딱 붙어서 바라보는 호수의 풍경이 멋졌다. 론리 플래닛의 표지로 사용된 인레 호수 특유의 폼으로 낚시를 하는 어부들도 보면서 한참을 보트를 타고 숙소가 있는 냥쉐에 도착

2박 3일간 가이드를 해줬던 굴쇼와 깔리아가 숙소까지 안내해줘서 숙소 앞에서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갈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가이드를 한다던 굴쇼와 말할때 항상 웃음기가 떠나질 않았던 순박한 아가씨 깔리아 둘 모두에게 행운이 깃들길 ^^ 트레킹을 같이 했던 일행들과는 숙소에서 쉬다가 6시에 만나서 같이 맥주나 한잔하기로 하고 모두 숙소로 헤어짐. 

나는 카페에서도 추천한 아쿠아리우스 인이라는 곳을 예약했는데 꽤 유명한 곳인지 다른 일행들은 예약하고 싶었으나 예약을 못했다고 하고 트레킹중에 오가며 만난 다른 관광객들도 꽤 여러명이 체크인을 한다. 난 30$짜리 싱글룸이었는데 뭐 아주 훌륭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깨끗하고 넓긴 했다. 이틀간 못한 샤워를 하면서 찌든 먼지를 씻어내고 나니 정말 개운하다 ㅎㅎ

씻고 나오니 4시쯤 됐는데 6시에 약속도 있고 해서 숙소에서 쉴까 하다가 그냥 나와서 냥쉐 동네를 돌아다님. 인레호수까지는 배타고 가거나 자전거로 한참 가야 해서 그냥 시원한 맥주 한잔 하면서 밀린 일기도 쓰고 책도 읽다가 약속장소로 가다보니 건물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린다. 호기심에 들어가보니 건물은 체육관인데 사람들이 배구와 세팍타크로를 즐기고 있고 그 앞 운동장에서는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세팍타크로는 실제로 경기 하는 걸보니 무척 재미있더군 ㅎ 한참을 보다 보니 해도 져가고 어느덧 약속시간이 되어 약속장소에서 일행들을 만나 저녁 식사를 하러감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술과 저녁을 함께 시작해서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2차 3차를 막 갔을텐데 프랑스인들은 바로 술먹으러 가서 가볍게 맥주 한두잔을 마시고 난 후에 저녁을 먹어서 좀 신기했음 ㅎ 나중에 물어보니 아페르티옹인가 하여간 애피타이저식으로 식전주부터 시작해서 저녁 먹고 클럽도 가고 하면서 밤새 술먹고 노는 경우가 많다고. 어쨌건 처음간 맥주집에서 미얀마 맥주 말고 ABC 스타우트라는 흑맥주를 먹었는데 정말 훌륭한 스타우트여서 놀랐음. 저녁으로는 야시장에서 갖가지 꼬치를 먹고 스포츠 - 역시 축구는 전세계 남자들의 공통의 주제 ㅎ- 각나라의 정치, 문화, 여행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짐. 여행을 길게는 못가봤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가본 경험이 있어서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프랑스 친구들도 나보고 프랑스 빼고 다 가봤다고 놀라서 재미있었다 ㅎㅎ

내일도 저녁에 보기로 약속하고 각자 헤어짐. 보보와 셀린은 숙소로 가고 조르디와 오드는 팬케익을 먹으러 가고 난 맥주가 좀더 먹고 싶어서 숙소앞 맥주집에서 좀전에 마셨던 ABC 스타우트와 꼬치 몇개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 휴가가 이제 끝나가니 회사 생각이 자꾸만 나는구나..아 가기 싫어 ㅠㅠ 이번 여행은 참 즐겁네...















3/7
다들 피곤했는지 어제 일찍들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자리에서 일어나질 않는다 ㅎ 해가 떠오기 직전이어서 혼자 숙소를 나와 해뜨기 직전의 마을을 한바퀴 돌아봄. 적당한 곳을 찾아가 해뜨는 것도 보고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데 게으른 관광객들과는 달리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아침을 먹고 오늘의 트레킹을 시작. 어제와 비슷한 산길을 중간 중간 쉬어가며 만나는 산속의 소수 민족들과 아이들과 인사도 나누면서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 이곳에는 작은 상점도 있어서 맥주 한병씩 시켜서 수다도 떨다가 저녁을 먹고는 우리를 가이드 해줬던 굴쇼(뜻이 Fat Brother 라 그래서 모두 깔깔대며 웃었음 ㅎㅎ)의 안내로 미얀마 소수 부족중 하나인 Pao족의 집을 방문. 우리가 묵는 숙소처럼 어두 침침한 전등으로 겨우 사람 얼굴을 알아볼만한 조명아래에서 난방시설이라고는 방 한가운데 화로가 전부. 화롯가에 모여 앉아 차를 나눠 마시면서 굴쇼의 통역으로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게 즐겁다. 

여기서 다시 한번 행복이란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분은 48세로 (그런데 실제로는 훨씬 더 들어보이심) 8명(!!)의 자식이 있으며 -심지어 갓 돌 지난 젓먹이 아이도 있었다! - 가끔씩 농산물을 팔기 위해 근처의 도시(라고 해봐야 여기보다 조금 큰 수준이지만)로 나가는 일 말고는 거의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삶인데 어쨌건 명목상으로는 소득은 꽤 큰 차이로 내가 높을테고 나는 여러모로 현대화된 도시에서 도시의 혜택을 누리고 살텐데 과연 내가 그보다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나보고 행복하냐 불행하냐 물어보면 불행한 쪽에 더 가깝겠지 ㅠㅠ

그렇다면 느리 느릿 자연의 흐름에 따라 별 경쟁 없이 농사를 짓고 하루의 육체적 노동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삶이 불편하고 힘들겠지만 불행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결국 행복이라는게 물질적인게 전부가 아니겠구나 라는 어찌보면 당연한 깨달음을 얻어가는 듯 하다. 앞으로 조금더 겸손하고 비우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함께 하며 숙소로 돌아옴

숙소로 돌아와서는 일행중 한명인 보보가 신기한 마술을 보여준다. 바로 옆에서 봐도 도저히 그 트릭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배우고 싶었지만 여자 친구도 비밀을 모른다고 해서 ㅎ 나도 내가 아는 간단한 마술 두어개 보여주고 놀다가 점심때 사둔 위스키도 나누어 마시면서 트레킹의 둘째 밤을 보냄



나무를 나르고 물을 길어 나르는 분주한 산골 마을의 아침



우리 일행들. 옆에 집주인 아주머니가 귀엽게 나오셨다 ㅎㅎ









이곳이 숙소 ㅋㅋ

3/6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으로 여명이 비친다. 
잠시 누워서 해가 뜨는걸 바라보고 있자니 참 좋다. 오늘부터 2박 3일간 껄로의 산을 트레킹하는 일정. 
좀 부실했던 아침을 먹고트레킹을 시작하러 8시에 모임 장소로 감. 어제 예약할때는 나말고 2명이 먼저 예약을 했다고 하는데 오늘 가보니 나까지 6명이 꽉 차서 같이 트레킹을 하게 되었다. 큰 짐들은 인레 호수의 숙소로 보내고 트레킹을 시작. 

사실 트레킹이라고 해봐야 네팔처럼 압도적인 히말라야의 경관이 펼쳐지는 그런건 아니고 그냥 평범함 산길을 따라 미얀마의 고산 지대를 걸으면서 산속 마을에 사는 미얀마의 소수 민족들의 삶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게 껄로 트레킹의 미덕이라고 하겠다. 껄로 자체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지만 사람도 차도 거의 없이 가끔 오토바이와 우마차만 오가는 한적한 산길을 따라 걷는게 참 평화롭다. 

길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함께 트레킹을 하는 동료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프랑스 커플 2쌍과 네덜란드 남자 1명 그리고 나까지 6명과 2명의 가이드 (남자 1명, 여자 1명인데 사촌지간이라고 했다)가 이번 트레킹의 구성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프랑스 커플은 보르도의 교육청에서 일하는데 안식휴가를 받아서 6개월 계획으로 여행을 와서 현재 3개월째 여행중이라고 했고 파리에서 왔다는 커플은 토마스쿡에 다니는데 1년간 무급휴가를 내고 2개월째 여행중이고, 네덜란드 남자 여행객은 전기 관련 기술 학교를 마치고 직장을 가지기 전에 9개월 계획으로 여행중이고 현재까지 6개월째 여행중이라고... 흐 나는 2주 여행도 참 이것 저것 눈치 보면서 어렵게 왔는데 6개월에서 1년이라니... 참으로 부럽고 2주라는 여행기간은 저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순간이구나 싶다. 

6개월에서 1년이라 그렇게 오래 여행을 다니면 기분이 어떨까? 난 그렇게 오래 여행을 다녀본적이 없어서 궁금하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 여행중인지도 모르지 않을까? 나도 언젠가 그렇게 오래 오래 일정에 상관없이 가고 싶은데 가서 며칠씩 눌러 있다 오고 그렇게 여행을 가보고 싶다. 그런데 여행중에 책을 가져가서 시간 나면 읽곤 하는데 6개월이면 책을 몇권을 가져가야 할까?  ^^

산장이나 식당 이런건 당연히 없고 산속 마을의 현지인들의 집에서 가이드가 해주는 점심을 먹고 오후도 계속 걸어 오늘 밤을 묵을 숙소에 도착. 6명의 일행에 맞추어 6개의 잠자리가 한방에 일렬로 준비되어 있다 ^^;; 숙소에 짐을 풀고 숙소 앞에서 일행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맥주도 한잔 하다 보니 어느덧 산속의 해가 져간다. 전기도 안들어 와서 태양열로 충전한 배터리를 이용한 몇촉짜리 전구만이 어둠을 밝히는 이곳은 밤에는 칠흙 같은 어둠이 내린다. 

전기도 없고 상수도 시설도 없어서 마을 중앙의 공동 수원에서 물을 받아가서 생활하고 도로 사정과 통신 시설도 의료와 교육 시설도 턱없이 부족한 이곳의 삶이라는게 현대적인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가슴도 아프고 인간적인 삶을 위해 전기, 상수도, 도로와 통신 인프라와 의료와 교육 시스템도 확충이 되면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이곳에서 하루 하루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전통적인 방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도시에서는 이제는 없어진 무언가를 생각나게 해주는 것도 있는 것 같다. 해가 져가면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소들은 집에 돌아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마치는 커다란 변화와 속도에 대한 강박이 없는 그런 삶

가로등은 당연히 없고 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도 찾아보기 힘들어 대신 밤하늘의 별빛으로 가득찬 미얀마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숙소로 돌아오니 일행들이 같이 게임을 하잔다. 유명인 이름을 각각 5장씩 적어 넣어서 이걸 한번은 말로 한번은 한단어로 한번은 몸짓으로 마지막은 정지된 동작으로 설명하는 그런 게임인데 미드 같은데서 한번씩 봤던 기억이 난다. ㅎㅎ 즐겁게 게임까지 즐기고 나니 저녁 10시. 산속의 하루는 일찍 시작해서 일찍 마무리 되는 법. 제대로 씻지도 못했지만 불을 끄고 모두들 잠자리로...
















3/5
그동안 여러번 여행을 다녀오고 앞으로도 수많은 여행을 다니고 싶지만 앞으로 여행하면서 오늘 같은 일을 또 겪을 수 있을까? 정말 정신 없었던 하루 ㅋ ㅠㅠ
호텔에서 비행기 출발 시간보다 여유 있게 가는게 좋겠다고 해서 8시 45분 비행기인데 5:30에 일어나 6:00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 공항에 도착하니 6:50. -_-;; 너무 일찍 왔네. 여느 허름한 공항처럼 매점도 없고 해서 그냥 책이나 읽으면서 비행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8시 40분이 되어도 비행기 타라는 이야기를 안한다. 혹시 놓친건 아닌건가 불안해하고 있으니 50분쯤 되어서야 게이트를 오픈. 쌍발 프로펠러기를 타고 40분쯤 가니 껄로우와 인레 호수로 가는 헤호 공항.

공항에서 내려 껄로 가는 방법을 물어보니 전부다 택시를 타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가격이 무려 30,000k ㅠㅠ 정말 비싸다. 비행기 가격에 택시 가격까지 하면 껄로까지 이동한 교통비가 넘 비싸네 ㅠㅠ 혹시 껄로까지 가는 여행객이 있으면 택시비를 나눠서 내려고 택시 정류장 근처를 서성이는데 대부분의 서양 여행객들은 호텔에서 픽업을 나와서 호텔에서 준비한 버스나 승합차를 타고 이동하고 몇몇 서양 할아버지들과 노부부는 인레호수로 가는 동행을 찾고 있어서 결국 눈물을 머금고 30,000k을 주고 택시를 타고 껄로로 이동함. 그냥 만달레이에서 버스 타고 올걸 ㅠㅠ

껄로는 고산지대여서 그런지 기온이 선선하고 햇살도 그리 따갑지 않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인지 택시 뒷자리에 앉아 서늘한 바람을 맞다 보니 잠이 솔솔온다. 그렇게 자다 깨다 한시간쯤 산길을 가다보니 목적지인 껄로. 택시에서 내려 요금을 내고 짐을 확인하는데 헉!! 안경집이 없다!! 선글라스랑 안경이랑 번갈아서 끼는데 평소에 넣어두던 가방 앞주머니가 열린건지 아니면 택시에서 자는 동안 주머니에서 흘린건지 알수는 없는데 어쨌건 택시에 두고 내린듯. 혹시 내린 택시를 잡을 수 있을까 주변을 살펴보는데 이미 택시는 보이지 않는다 ㅠㅠ

어휴 사람이 덤벙거려도 정도가 있지 어떻게 안경을 놓고 내리냐 ㅠㅠ 선글라스야 없어도 그냥 좀 불편하고 말겠지만 안경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 심지어 새로 산지 3개월밖에 안됬는데 흑 - 남은 여행은 어떻게 하나 너무 걱정이 된다. 혹시 몰라서 예비로 렌즈를 챙겨오긴 했는데 몇개나 되나 살펴보니 왼쪽은 3개 오른쪽은 7개네 젠장... 일단 숙소를 잡고 숙소 주인에게 도움을 청해보자 싶어서 근처 숙소를 15$에 잡음. 여자 사장님한테 안경을 택시에 놓고 내린것 같은데 혹시 공항 택시 기사중에 아는 사람 있으면 연락이 되는지, 안경을 찾아서 보내주면 왕복 택시비를 주겠다고 했더니 공항 택시 기사중에는 아는 사람이 없고 대신 경찰서에 가보란다. 

그래서 알려준대로 껄로의 경찰서를 찾아감. 독재국가의 경찰이란 무능하고 부패한 인상이 강해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정 안되면 폴리스 리포트라도 받아서 보험금이라도 받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젠장 투어리스트 폴리스 사무실이 있긴 한데 잠겨 있다. 역시 도움이 안되는가 싶었는데 경찰서 본관으로 보이는 곳에 가니 젊은 경찰들이 와서 이것 저것 물어보더니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를 가잔다. 그래서 갔더니 출장소 같은 건지 좀 떨어진 곳에 다른 경찰관에게 데려다 줘서 이것 저것 설명하고 다시 경찰서로 오니 이번에는 경찰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도 여러명 와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안경의 특징같은걸 설명하고 나니 걱정마라 찾을 수 있을거다 이야기도 해주고 커피도 사주고 해서 참 고마웠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만난 경찰관이 여기 저기 전화를 하더니 일단 택시기사가 공항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도착하면 알려주겠다고 호텔에 가서 기다리란다. 일단 찾을 가능성이 조금은 늘어난 것 같아 조금 안도하고 Sam's Trekking에 가서 다음날 트레킹을 예약하고 점심 먹을 기운이 없어서 그냥 사모사랑 스프링롤 몇개랑 맥주 두병 사가서 호텔로 돌아감. 로비에서 사장님이 날 보더니 그사이 경찰이 다녀갔는데 안경을 찾아서 경찰이 가지러 갔으니 기다리라고 했다고 전해준다. 헐... 이때까지만 해도 70% 쯤은 기대를 했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지는 못함.

제발 찾아주길 바라며 숙소에서 책보고 셜록도 보고 하다가 오후를 보냄 3:00 쯤 되서 혹시 몰라서 경찰서에 가보자 했더니 종업원이 와서 경찰이 기다리고 있단다 헉! 찾았나??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경찰을 만났더니 경찰이 안경을 찾았단다. 우와 세상에~!

여권을 복사하고 투어리스트 폴리스로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같더니 웬지 높아보이는 분도 와계시고 오전에는 사복을 입고 있던 경찰관들도 어느새 정복으로 갈아입고 다 모여있다. 노트에 진술서 비슷하게 글을 남겨 달라고 해서 기꺼이 고맙다는 감사의 글을 남기고 그 높아보이는 분이 한국에 가면 미얀마가 안전한 나라라는 걸 홍보해 달라길래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도 하고 안경을 건네주는 광경을 기념사진으로도 남긴 후에 숙소로 돌아옴. 너무 고마운 마음에 경찰에게 돈을 얼마라도 주려고 했더니 그것도 안받겠단다. 여러모로 감동을 주는군 ㅠㅠ

안경을 찾고 나니 마음이 정말 가뿐해진다. 이런 우여 곡절도 추억이 되겠지 ㅎㅎ 그러고 보면 내 사진기로도 사진을 남겨놀걸 아쉽다 ㅎ시간이 좀 늦었지만 그래도 껄로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기로 함. 안경 찾은 것도 자축할겸 근처 꼬치집에서 꼬치 몇개와 맥주 두어잔 마시고 마을을 돌아다니는데 정말 작은 시골마을이다. 그동안 주로 관광지나 대도시(?)만 다니다가 조용한 시골마을을 돌아다니니 그것도 좋았다. 마을 뒤편의 언덕을 올라가니 여기도 작은 사원이 있는데 웅성이는 소리가 나서 안을 보니 어린 승려들이 불경을 열심히 외우는 소리. 귀찮거나 아니면 피곤했는지 어떤 어린 승려들은 자기도 하고 몇몇은 뒹굴뒹굴 누워 있는 모습들이 참 정겨웠다 ^^

사원을 내려오니 뉘엿뉘엿 아름다운 해가 져간다. 해가 뜨고 지는거야 단 하루도 예외가 없는 확실한 일이건만 일상에서는 해가 뜨건 지건 별 관심이 없었는데 여기 오니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 마저도 의미 있고 감동적인 일이구나 싶다. 여행은 이런 잊고 지내던 감각과 감정들을 일깨워주는 그런 경험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미얀마 여행카페에서 추천해 준 음식점이 있었는데 가이드북에도 없고 찾기가 어려워서 그냥 인도 음식점에서 양고기 커리로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함

껄로의 중심가 ㅎㅎ


싸이의 인기는 정말 글로벌하다





언덕에서 바라본 껄로 전경






3/4
만달레이의 둘째날.
오늘은 아침부터 서두를 일은 없어서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뉴스를 좀 뒤적거리다가 민주당 안철수 신당의 합당 소식과 새누리당 후보로 정몽준, 김황식이 나온다는 소식에 정말 다음 지방선거에서 만약에 정말로 정몽준이 서울 시장이 된다면, 박근혜 대통령과 정몽준 서울시장을 상상해보니.. 정말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좀 아찔했음..ㅠㅠ 뭐 이런 쓸데 없는 생각도 하고 생활고에 자살을 했다는 세모녀 이야기에 가슴 아파 하다가 정신 차리고 하루 일정을 시작함

둘째날은 오토바이를 대절해서 만달레이 일대를 돌아보기로 함. 만달레이는 바간 왕조가 몽골에 의해 멸망한 후 샨족들이 세운 국가의 수도이고 예전에 부처가 방문해서 2500년 후에 여기에 수도가 생길 것이라는 예언대로 그 시대의 왕이 예언대로 수도를 옮긴 역사적 장소로 만달레이 곳곳에 그 시대의 유적들이 많다고 한다. 바하무니 사원과 쉐난도 사원은 어제 갔으니 오늘은 사가잉 언덕과 잉와 그리고 일몰로 유명한 우베인 다리를 가보기로 함. 밍군까지 가면 오토바이 대절비가 10,000k 더 내야 해서 안가려고 했는데 오토바이 기사가 5,000k 만 더내고 밍군 가자고 해서 중간에 밍군까지 4군데를 돌아봄. 

사가잉 언덕은 만달레이 남쪽에 있는 언덕인데 언덕을 올라가면 만달레이 곳곳에 있는 수많은 탑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바간은 오래된 벽돌로 만들어진 탑과 사원이 절경을 이룬다면 이곳은 곳곳에 펼쳐진 황금색 스투파들이 멋지다. 언덕위의 사원에서 고양이랑 한참 놀다와 내려오니 기사가 시간 남을 것 같다고 밍군 가자고 해서 기사 말대로 밍군으로 감. 원래 탁발승려들이 탁발을 하는 사원을 가볼까 하다가 탁발승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붐빈다고 피하라는 론리플래닛의 말도 있고 해서 거기는 패스하고 밍군으로 바로 감. 

와 근데 오토바이 뒤에서 덜컹거리면서 매연속을 가는데 정말로 멀다 ㅠㅠ 오토바이 타다가 거의 멀미 날뻔 ㅠㅠ 기진맥진 한참을 가서 도착한 밍군은 흰색의 신뷰메 사원과 거대한 미완성 탑 바간탑이 유명한 곳인데 강렬한 태양 아래 순백의 사원이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가이드 북을 보니 부처가 열반한 수미산을 상징해서 지은 사원이라고. 그 옆의 밍군 탑은 멀리서 봤을때는 스리랑카 시기리야 바위처럼 거대한 자연석을 가지고 사원을 만든건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벽돌로 지은 건물이다. 역사를 보니 만달레이의 왕이 세계에서 제일 큰 탑을 짓겠다고 무리하게 백성들을 동원해서 건축을 하다가 중간에 백성들의 원망과 왕권 약화로 흐지부지 되었다는데 참 어리석은 군주의 욕심이란...

오토바이 기사가 안내해준 식당에서 같이 점심을 먹고 좀 쉴겸 해서 맥주집에서 맥주도 두어잔씩 같이 마심. 잘 안통하는 영어로 이것저것 이야기 하는데 나이도 훨씬 어린데 아들도 한명 있더군 ^^; 맥주까지 한잔 하고 잉와라는 곳을 감. 10m쯤 되는 샛강을 조그마한 배를 타고 건너가서 3시간 정도 마차를 타고 투어를 하는 곳이라던데 그렇게 돌기에는 우베인 다리 가는 시간도 부족할거 같고 굳이 다 볼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그냥 걸어서 가이드북에서 추천한 사원만 한 곳 보고 오기로 함. 그런데 진짜 다른 여행객들은 나 빼고 100% 마차를 빌려서 타고 가더군 ㅎ 혼자 뚜벅 뚜벅 가이드북 들고 걸어가니 마차 타고 가는 여행객들이 다 한번씩 쳐다본다. 중간에 혼자 타고 가던 맘씨 좋은 서양인 아주머니가 타라고 했는데 그러면 정말 돈 없어서 걸어가는 것처럼 보일까봐 "No, thank you, I like walking!" 이라고 얘기하고 걸어갔는데 그 이야기 하고 30초도 안되서 후회했음 ㅠㅠ 생각보다 한참을 걸어가 본 사원은 생각만큼 훌륭하지는 않았다. 어제 만달레이 시내에서 본 쉐난도 사원이 더 나은 듯 한데 그래도 큰 스님 앞에서 불경을 외우고 사탕을 받아가던 귀여운 미얀마 아이들을 보는 것 만은 좋았다. ^^

이제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우베인다리로... 어제 만달레이 시내를 다닐때 시내에서 본 일몰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큰 기대를 하고 우베인 다리로 향함. 우베인 다리는 1.6k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목조 다리라는데 삐걱거리는 다리를 걷는 것도 좋지만 멀리 떨어져 다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 - 뭐 반정도는 외국인 여행객이었지만 ㅎ -을 보는 것도 좋았다. 여기 저기 걸으면서 해질녘에 여기서 일몰을 찍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막상 일몰시간에는 구름이 껴서 완벽한 일몰을 보지 못해서 너무 서운했다. 강가라서 습도가 높아서 원래 구름이 많이 끼는건지 아니면 하필이면 오늘만 그런건지 또 언제 온다고 ㅠㅠ

숙소로 돌아와 어제 갔던 식당에서 해산물 모듬과 600k짜리 생맥주 잔뜩 시켜 먹으며 하루를 정리함...

소꼽놀이 중인 아이들 ^^


사가잉 언덕에서 바라본 뷰



뜨거운 태양아래 비현실적으로 하얗던 신뷰메 사원


거대한 규모에 비해 볼건 없었던 밍군 탑. 저게 완성됬으면 규모가 진짜 엄청났겠다














우베인 다리의 일몰... 구름이 없었음 더 좋았을텐데



3/3
원래 계획은 오늘까지 바간을 둘러보고 야간버스로 만달레이로 이동하는 것이었는데 10시간 정도 걸릴줄 알았던 시간이 고작 5시간밖에 안걸린단다. 그럼 저녁 9시 반 버스를 타면 만달레이에 오면 새벽 3:00 ;;; 아무것도 없을 터미널에서 새벽에 3~4시간 있을 수가 없어서 그냥 오전버스를 타기로 하고 새벽에 쉐산도에서 일출만 잠깐 보고 오기로 함. 전날 이야기 해둔 전기 자전거를 타고 어두운 바간길을 새벽녘 추위에 떨며 달려가 쉐산도에 도착. 오늘도 일출을 보려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있다. 구름이 껴서인지 동그란 해가 지평선을 헤치고 솟아 오르는 모습은 보지 못하고 보고 싶던 바간 하늘을 수놓는 기구들의 모습을 보기에는 이른 시간이어서 그것도 못봐서 너무 아쉽다. 또 기회가 있을까? ^^; 숙소로 다시 돌아와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이동하는데 시간이 잠깐 남아서 아침을 먹었는데 점원이 못먹었을까봐 도시락을 건네 준다. 대단한건 아니고 간단하게 식빵 두조각과 잼과 버터, 그리고 바나나와 삶은 달걀을 싸줬는데 챙겨주는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

9$라는 혼자서는 역시 부담스러운 택시비를 내고 터미널에 도착. 조금 기다리니 8시에 버스가 출발하는데 양곤에서 바간으로 올때 탔던 좋은 시설의 버스가 아니다. 그래도 그냥 일반 버스 정도는 되는데 에어컨은 시원찮고 앞자리 아줌마는 좌석을 한껏 뒤로 젖히고 옆자리 아줌마는 웬 과일 바구니를 자꾸 내 자리로 밀어 넣고 태양은 내리쬐는데 커텐은 앞뒤 자리에만 있는데 덥지도 않은지 커텐은 칠 생각도 안하는데다가 결정적으로 6시간 동안 무슨 영상과 음악을 그리 틀어대는지 ㅠㅠ 미얀마 음악도 좀 거슬리고 특히 2~3분에 한번씩 질질짜는 미얀마 드라마 소리는 이어폰을 꼽고 있어도 견디기 힘들었다 ㅠㅠ 하긴 그래도 스피커를 찢고 싶거나 버스에서 뛰어 내리고 싶었던 스리랑카의 버스에 비하면야. 

야간 버스는 5시간 걸린다더니 아침 버스는 정류장 이곳 저곳에 서고 해서 6시간 30분 만에 만달레이에 도착. 일단 목이 타서 터미널 앞에서 맥주 한잔 마시고 (바간 식당에서는 한병에 3,000k 하는 곳도 있었는데 이곳은 1,200k 이다!)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 원래 숙소는 다음날 하루만 예약했는데 숙소 옮겨 다니기 귀찮아서 하루 더 묵기로 함. 원래 하루만 자려고 좀 싼데를 잡았더니 숙소가 좀 형편 없다. 싱글룸이긴 한데 욕실과 화장실이 공용.. -_-;;; 뭐 이틀만 있다 가자 하고 좀 씻으려고 했더니 마침 공사중..쩝

그래서 그냥 나와서 어디를 갈까 하다가 원래 목적지였던 우베인은 다음날 가기로 하고 숙소 근처의 바하무니 사원과 쉐냔도 사원을 보러가기로 함. 여행객들을 위해 구글이 제공한 최고의 선물 구글맵을 캐쉬 받아둔 후에 목적지로 향함. 바간은 관광지여도 관광객들 말고는 오가는 차도 별로 없고 한적한데 만달레이는 미얀마의 대도시 답게 매우 복잡하다. 덥고 먼지와 매연은 힘들지만 그래도 미얀마의 현재를 보는 것 같아 그래도 즐겁다 ^^

그렇게 한참을 걸어 도착한 바하무니 사원은 정갈한 금빛 탑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이곳은 불상이 유명한데 원래 도금된 불상에 사람들이 금박을 하도 많이 붙여서 뚱뚱해진걸로 유명해졌다고..ㅎㅎ 그런데 금박을 붙이거나 불상의 앞에서 참배드리는 건 남자들만 가능하고 여자들은 줄의 뒤에서 볼 수만 있다고 아니 무슨 말도 안되는...-_-;; 민주화와 함께 이런 문화도 정상적으로 바뀌길 바라며 꽃향기와 과일 향기 물씬 풍기는 참배실에서 조용히 앉아 있다가 사원을 나섬. 

다음 목적지는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쉐난도 사원. 구글맵을 도움삼아 한참을 걸어가니 지도와는 좀 차이가 있어서 오가는 승려들에게 물어봐서 - 사원이 근처에 많은지 승려님들이 참 많이도 보였다 - 찾아간 수도원은 기대보다 훨씬 멋졌다. 금빛 찬란한 위엄 넘치는 건물들을 보다가 겸손해 보이고 따듯해 보이는 오래된 티크나무로 지어진 수도원을 보자니 마음까지 차분해 지는 느낌이다. 한참을 지켜보다 나무결을 손으로 만져보기도 하고 구석구석 세밀하게 조각된 디테일도 보다가 다시 걸어서 숙소로 돌아옴.

져녁은 숙소앞 식당에서 먹었는데 맛도 좋았지만 생맥주가 무슨 행사를 하는지 고작 300k!! 300이라니 너무 싼거 아닌가 ㅎㅎ 저녁을 맛있게 먹고  숙소로 돌아옴. 술기운인지 피곤해서인지 오후에 첨 봤을때보다는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사후 구매 편향때문인가 ㅋ 씻고 숙소앞 식당에서 300k 짜리 맥주를 마시면서 하루를 정리함.


열기구들이 바간의 하늘을 수놓는 걸 보고 왔어야 하는데 아쉽다 ㅠㅠ



여자 신도들은 뒤편에만..나쁘다 -_-;;


금박을 하도 붙여서 뚱뚱해진 불상





승려님들은 뭘 저렇게 열심히 보고 있는 걸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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