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2

슬로베니아.
이름도 생소한 이곳에 작은 기억이 하나 있다. 벌써 4년 전쯤에 터키에 갔을때인데 그때 한 호스텔에서 만나서 같이 술마시면서 이야기 나누던 젊은 커플이 슬로베니아 출신이었다. 뭐 뉴스 이런데 관심 많으니 유고연방에서 갈라져 나온 나라라는것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 하며 아는 척을 했더니 굉장히 놀라며 반가워했던 기억이 난다. ^^ 그때 그 친구들은 호스텔 같은 여행업을 하고 싶어서 터키의 호스텔을 보고 싶어서 왔다던데 그때는 "음..슬로베니아에도 관광객들이 많이 가나?" 궁금했는데, 몇년후에 내가 여기에 올줄이야 ㅎㅎ 사람일은 역시 참 모를일

원래 이틀을 계획으로 잡으면서 하루는 류블라냐 하루는 블레드호수 이렇게 보려고 했는데 류블라냐 금방 본다고 해서 예정에 없던 포스토니아 동굴을 가기로 함. 오늘도 버스를 8:30에 출발하는 첫차를 타고 동굴로 향함
이른 아침이어서 몇명 태우지 않은 버스는 어제처럼 예쁜 교외를 지나 동굴이 있는 포스토니아에 도착
정류장에서 동굴까지 셔틀버스도 있다고 하는데 그리 멀어보이지 않아 동굴 입구까지 걸어갔다.

입장료를 구매하려고 보니 표값이 무려 22 유로 !! 플리트비체 공원이 1박 2일에 36,000 원 정도였던걸 생각하면 정말 너무 무지막지한 가격이다..ㅠㅠ 관람시간은 1시간 반.. 사실 동굴이나 보자고 여기까지 온건 아닌데 싶기도 하고 입장료도 너무 비싸긴 한데 그렇다고 그냥 갈수도 없어서 그냥 보기로 하고 입장권을 구매. 표살때 어디서 왔냐길래 한국에서 왔다 그랬더니 가이드 팜플렛을 주는데 무려 한국어 버전! 헉 한국 사람들 많이 오는곳인가..

동굴은 11시에 들어가 투어가 시작되어 관광열차를 타고 10~20분쯤 동굴을 지나간다. 동굴이라 그런지 바깥의 더위와는 완전히 다르게 바람도 차고 굉장히 춥다. 마치 지하세계를 가는 것처럼 아니면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을 가는 느낌의 기차는 좀 잼있었다. ㅎ 기차에서 내려서는 30~40분 정도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동굴을 걸으면서 구경하는데 신비롭기도 하고 그런데 굳이 이걸 보러 왔어야 했나 라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다.ㅎ

사람들에게 기념품으로 팔려고 동굴로 들어설때 사람들 사진과 기차에서 사람들 사진을 찍어서 전부 인화를 한 다음에 원하는 사람에게 6유로에 판매하는데 몇장 안팔리는 거 같던데 그거 인화비나 나오는지도 몰라.. 내 사진도 있던데 6유로나 주고 사기엔 아까워서 그냥 나옴

동굴을 나와서는 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류블라냐로 돌아옴.
버스에서 원래 잘 자기도 하지만 오는 버스에서도 내 졸았는데 체력이 이제 좀 바닥에 다다른 모양 ^^;;
마트에서 과일을 좀 사다가 숙소에서 먹으면서 쉬다가 류블라냐 성을 보러 감

류블라냐 시내가 다 보이는 전망대가 있는 성인데 4유로의 입장료를 내면 딱 그 전망대가 다여서 (크기도 6명정도 들어가면 꽉찰듯..;;) 아 이게 다인가 싶어서 좀 웃겼음.. 류블라냐는 뭐 이런 유명한 관광지를 보러 올데는 아닌듯함 ^^ 오히려 그 뒤편에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더 가을도 느껴지고 좋았다. 거기는 마음에 들어 밥먹고 소화도 시킬겸 다시 올라와 붉은 석양과 류블라냐의 붉은 지붕을 보기도 했음

저녁은 어제 못간 타이음식점 Thai Inn을 갔는데 오늘은 문을 열었다.
소고기 볶음과 밥을 시켰는데 딱히 태국 음식이라고 하긴 좀 국적불명이었지만 ^^ 그래도 맨날 별다른 향신료도 없는 담백한 밀가루 음식만 먹다가 스파이시하고 매운 음식을 먹으니 얼마나 맛있던지..양이 적지 않았는데 전부 다 비우고 만족스럽게 나와 류블라냐 성까지 다시 올라감

보름달을 보니 이제 돌아가야 하는게 조금씩 실감이 난다.
휴..팀에 좀 문제도 있고 해서 돌아갈 생각하니 좀 마음이 답답하다...나만 열심히 잘해서 되는거면 좋으련만..이런 걱정이 드는걸 보니 정말 귀국일이 다가오는 모양..^^

슬로베니아 마지막 날이기도 해서 바에서 한잔 할까 하고 숙소에서 정보를 찾아보는데 숙소 들어오니 다시 나가기도 싫고 해서 그냥 숙소에서 밀린 뉴스도 보고 일기도 쓰고 하다 그냥 잠이 듬..


무려 한국어로 된 가이드!


동굴을 상징하는 도마뱀





류블라냐 성에서 바라본 모습





다리도 꽃으로 장식을..



Thai Inn에서 먹은 저녁..오랜만에 매운걸 먹으니 힘이 솟음..ㅎㅎ







2011.09.11

늦은 시간임에도 아래 침대가 비어 있길래 예약이 다 안된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잠에 들었는데 새벽에 소리가 나서 시간을 보니 아래 침대를 쓰는 여행객은 그 시간까지 놀다 들어온 모양 ^^ 아침에 일어나니 방에 술냄새가..ㅋ 코고는 소리에 밖에 차다니는 소리에 시끄러워 아이팟 까지 꺼내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다시 잠을 청함.

아침에 일어나니 깨어있는 사람이 몇명 없는데 마침 한국분이 한분 계시다. 그분은 오늘 체크아웃하신다길래 아침 - 이라고 해봐야 빵 몇조각과 맛없는 시리얼이 전부 - 을 같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분은 오스트리아로 가시고 나는 블레드 호수로 가기로 함

아침 9:00 버스가 있길래 바로 표를 끊고 블레드 호수로 감
차창 밖으로 보이는 슬로베니아의 교외 풍경은 참 아름답다. 특히 유럽 농가의 전형적인 집들과 예쁜 첨탑들이 솟아있는 건물들과 창문마다 꽃으로 장식해 놓은 벽들이 아기자기하다.

1시간 반정도 가다보니 블레드 호수에 도착. 플리트 비체도 이미 다녀오고 해서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다 뭐 이런 생각은 안들지만 산책하고, 죠깅하고 수영하고 선탠하는 살마들의 여유로운 모습을 함께하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특히 무슨 마라톤 대회를 하는지 가슴마다 번호표를 단 사람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과 주위에서 응원해주는 모습을 보니 나도 같이 달리고 싶은 마음이 불끈 ^^ 서울 가면 날씨도 좋을텐데 다시 열심히 달려야지~
한참을 걷다보니 여기서도 자전거를 빌려준다고 해서 한시간 동안 호수 따라 자전거도 타고 맥주도 한잔 마시고 다시 류블라냐로 돌아옴

오전에 많이 걷기도 하고 맥주도 한잔 해서 피곤했는지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슬로베니아 민속 음악 같은걸 들으며 푹 자면서 옴. 아니 근데 그 기사 아저씨는 무슨 음악을 그리 크게 틀어 놓는지 원.. 첨엔 아 이게 슬로베니아 민속음악이구나 ㅎㅎ 하고 신기한 맘으로 들었는데 듣다보니 짜증이..ㅠㅠ

숙소로 돌아와서는 호스텔 스탭에게 류블라냐에서 갈만한 곳을 추천받아 시내를 돌아다님. 전날은 밤에 도착하여 잘 몰랐는데 류블라냐 시내의 건물들이 참 예쁘다. 블레드에 오가면서 봤던 건축물들 그리고 류블라냐 시내까지 뭔가 독특한 양식이 있는지 궁금하다.
중앙 광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어 가보니 거리의 음악가가 열심히 공연중이다.
빈센트, 제임스 버클리의 할렐루야, 밥말리의 노래등을 부르는걸 듣고 있자니 웬지 모르게 센치해진다. 박수치고 이야기하고 웃으며 주말 오후를 보내는 슬로베니아 사람들 사이에서 캔맥주 한잔 하면서 음악을 듣고 있자니 나도 그 유쾌한 공기에 전염되는 느낌..^^

숙소에서 본 타이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으러 한참을 찾았는데 일요일이어서 그랬는지 못찾고 다시 광장으로 돌아와 송로버섯이 들어간 Istarian 스타일 파스타를 먹음..10유로나 했는데 흐바르에서 먹은것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내 입맛엔 영.. 맨날 파스타, 빵 이런것만 먹으니 야채와 고기가 너무 먹고 싶다. ㅠㅠ 원래 여행가서 먹는걸로 거의 고생안하고 다 잘먹는데 이번 여행은 밀가루 음식이 좀 지겹다..

저녁을 먹고 광장을 거니니 어느새 보름달
아 맞다 서울은 추석이구나. 듀브로브닉의 부자바에서 달빛 품은 바다를 보았을때 반달이었는데 그게 어느새 보름달이 되었구나 생각하니 그동안 보낸 시간이 피부로 와 닿는다. 혼자서 씩씩하게 잘도 다녔네.. 명절인데 지구 반대편에 와있구나 이런 생각들과 합쳐져 조금은 쓸쓸한 느낌도 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서울에 가서도 밥도 혼자 먹고 서울에서도 쓸쓸한건 마찬가지 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

그러고 보면 여행중에 행복했던 순간들도 사실 별게 아니었는지도 몰라. 다시 못볼 절경을 보고 황홀하게 맛있는 걸 먹고 그럴때도 행복했지만 평온하게 산책하고 음악듣고 맥주 마시고 책을 읽고 현지 사람들의 유쾌함에 잠시 젖어드는 그런 아무것도 아닌 시간들 또한 얼마나 행복했는지.. 서울가서도 행복하게 살아야지 라는 희망을 가지며 털레털레 숙소로 돌아옴..
이제 이틀만 지나면 집에 가는구나...


블레드 호수엔 오리와 거위들이 참 많다.. 첨에 얌전히 앉아 있는 거위보고 동상인줄 알았음 ㅎ





호수 중간에 있는 성당..저기 가려면 배를 빌려야 해서 가보지는 못했음



선탠하고 수영하는 슬로베니안들...



No woman no cry~


슬로베니아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게 집집마다 꽃으로 장식해 놓은 모습..꽃을 사랑하는 민족인듯 ^^


구스타프 말러의 동상..말러가 슬로베니아 출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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