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산에서의 마지막 날. 전날 밤에 작게 코를 골았다고 해서 걱정스런 마음에 어제도 혹시 코 골았냐고 물어봤더니 보보는 깊이 잠들어서 못들었다는데 다른 일행이 작게 골았다고 알려준다. ㅠㅠ 코 곤다는 소리 전에 못들어봤는데 차고 건조해서 그런걸까? ㅠㅠ 미안하다고 사과했는데 뭐 아주 크게 골지는 않고 그냥 숨소리가 좀 큰 정도였다고 괜찮다고 해준다 ^^

아침을 먹고 면도도 못하고 머리도 못감은 채로 마지막 날의 트레킹을 시작. 어제 가이드에게 물어보기를 12시 쯤에 호수에 도착한다고 해서 곧 도착하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꽤 먼길을 걸어감. 나즈막한 구릉들이 역시나 아름다운데 1박 2일로 왔으면 좀 아쉬웠겟구나 싶다. 12시쯤 해서 트레킹은 끝나고 점심을 먹고 이제 헤어질 시간. 보트를 타고 숙소가 있는 냥쉐로 이동하는데 수면에 딱 붙어서 바라보는 호수의 풍경이 멋졌다. 론리 플래닛의 표지로 사용된 인레 호수 특유의 폼으로 낚시를 하는 어부들도 보면서 한참을 보트를 타고 숙소가 있는 냥쉐에 도착

2박 3일간 가이드를 해줬던 굴쇼와 깔리아가 숙소까지 안내해줘서 숙소 앞에서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갈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가이드를 한다던 굴쇼와 말할때 항상 웃음기가 떠나질 않았던 순박한 아가씨 깔리아 둘 모두에게 행운이 깃들길 ^^ 트레킹을 같이 했던 일행들과는 숙소에서 쉬다가 6시에 만나서 같이 맥주나 한잔하기로 하고 모두 숙소로 헤어짐. 

나는 카페에서도 추천한 아쿠아리우스 인이라는 곳을 예약했는데 꽤 유명한 곳인지 다른 일행들은 예약하고 싶었으나 예약을 못했다고 하고 트레킹중에 오가며 만난 다른 관광객들도 꽤 여러명이 체크인을 한다. 난 30$짜리 싱글룸이었는데 뭐 아주 훌륭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깨끗하고 넓긴 했다. 이틀간 못한 샤워를 하면서 찌든 먼지를 씻어내고 나니 정말 개운하다 ㅎㅎ

씻고 나오니 4시쯤 됐는데 6시에 약속도 있고 해서 숙소에서 쉴까 하다가 그냥 나와서 냥쉐 동네를 돌아다님. 인레호수까지는 배타고 가거나 자전거로 한참 가야 해서 그냥 시원한 맥주 한잔 하면서 밀린 일기도 쓰고 책도 읽다가 약속장소로 가다보니 건물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린다. 호기심에 들어가보니 건물은 체육관인데 사람들이 배구와 세팍타크로를 즐기고 있고 그 앞 운동장에서는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세팍타크로는 실제로 경기 하는 걸보니 무척 재미있더군 ㅎ 한참을 보다 보니 해도 져가고 어느덧 약속시간이 되어 약속장소에서 일행들을 만나 저녁 식사를 하러감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술과 저녁을 함께 시작해서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2차 3차를 막 갔을텐데 프랑스인들은 바로 술먹으러 가서 가볍게 맥주 한두잔을 마시고 난 후에 저녁을 먹어서 좀 신기했음 ㅎ 나중에 물어보니 아페르티옹인가 하여간 애피타이저식으로 식전주부터 시작해서 저녁 먹고 클럽도 가고 하면서 밤새 술먹고 노는 경우가 많다고. 어쨌건 처음간 맥주집에서 미얀마 맥주 말고 ABC 스타우트라는 흑맥주를 먹었는데 정말 훌륭한 스타우트여서 놀랐음. 저녁으로는 야시장에서 갖가지 꼬치를 먹고 스포츠 - 역시 축구는 전세계 남자들의 공통의 주제 ㅎ- 각나라의 정치, 문화, 여행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짐. 여행을 길게는 못가봤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가본 경험이 있어서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프랑스 친구들도 나보고 프랑스 빼고 다 가봤다고 놀라서 재미있었다 ㅎㅎ

내일도 저녁에 보기로 약속하고 각자 헤어짐. 보보와 셀린은 숙소로 가고 조르디와 오드는 팬케익을 먹으러 가고 난 맥주가 좀더 먹고 싶어서 숙소앞 맥주집에서 좀전에 마셨던 ABC 스타우트와 꼬치 몇개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 휴가가 이제 끝나가니 회사 생각이 자꾸만 나는구나..아 가기 싫어 ㅠㅠ 이번 여행은 참 즐겁네...















3/7
다들 피곤했는지 어제 일찍들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자리에서 일어나질 않는다 ㅎ 해가 떠오기 직전이어서 혼자 숙소를 나와 해뜨기 직전의 마을을 한바퀴 돌아봄. 적당한 곳을 찾아가 해뜨는 것도 보고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데 게으른 관광객들과는 달리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아침을 먹고 오늘의 트레킹을 시작. 어제와 비슷한 산길을 중간 중간 쉬어가며 만나는 산속의 소수 민족들과 아이들과 인사도 나누면서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 이곳에는 작은 상점도 있어서 맥주 한병씩 시켜서 수다도 떨다가 저녁을 먹고는 우리를 가이드 해줬던 굴쇼(뜻이 Fat Brother 라 그래서 모두 깔깔대며 웃었음 ㅎㅎ)의 안내로 미얀마 소수 부족중 하나인 Pao족의 집을 방문. 우리가 묵는 숙소처럼 어두 침침한 전등으로 겨우 사람 얼굴을 알아볼만한 조명아래에서 난방시설이라고는 방 한가운데 화로가 전부. 화롯가에 모여 앉아 차를 나눠 마시면서 굴쇼의 통역으로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게 즐겁다. 

여기서 다시 한번 행복이란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분은 48세로 (그런데 실제로는 훨씬 더 들어보이심) 8명(!!)의 자식이 있으며 -심지어 갓 돌 지난 젓먹이 아이도 있었다! - 가끔씩 농산물을 팔기 위해 근처의 도시(라고 해봐야 여기보다 조금 큰 수준이지만)로 나가는 일 말고는 거의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삶인데 어쨌건 명목상으로는 소득은 꽤 큰 차이로 내가 높을테고 나는 여러모로 현대화된 도시에서 도시의 혜택을 누리고 살텐데 과연 내가 그보다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나보고 행복하냐 불행하냐 물어보면 불행한 쪽에 더 가깝겠지 ㅠㅠ

그렇다면 느리 느릿 자연의 흐름에 따라 별 경쟁 없이 농사를 짓고 하루의 육체적 노동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삶이 불편하고 힘들겠지만 불행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결국 행복이라는게 물질적인게 전부가 아니겠구나 라는 어찌보면 당연한 깨달음을 얻어가는 듯 하다. 앞으로 조금더 겸손하고 비우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함께 하며 숙소로 돌아옴

숙소로 돌아와서는 일행중 한명인 보보가 신기한 마술을 보여준다. 바로 옆에서 봐도 도저히 그 트릭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배우고 싶었지만 여자 친구도 비밀을 모른다고 해서 ㅎ 나도 내가 아는 간단한 마술 두어개 보여주고 놀다가 점심때 사둔 위스키도 나누어 마시면서 트레킹의 둘째 밤을 보냄



나무를 나르고 물을 길어 나르는 분주한 산골 마을의 아침



우리 일행들. 옆에 집주인 아주머니가 귀엽게 나오셨다 ㅎㅎ









이곳이 숙소 ㅋㅋ

3/5
그동안 여러번 여행을 다녀오고 앞으로도 수많은 여행을 다니고 싶지만 앞으로 여행하면서 오늘 같은 일을 또 겪을 수 있을까? 정말 정신 없었던 하루 ㅋ ㅠㅠ
호텔에서 비행기 출발 시간보다 여유 있게 가는게 좋겠다고 해서 8시 45분 비행기인데 5:30에 일어나 6:00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 공항에 도착하니 6:50. -_-;; 너무 일찍 왔네. 여느 허름한 공항처럼 매점도 없고 해서 그냥 책이나 읽으면서 비행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8시 40분이 되어도 비행기 타라는 이야기를 안한다. 혹시 놓친건 아닌건가 불안해하고 있으니 50분쯤 되어서야 게이트를 오픈. 쌍발 프로펠러기를 타고 40분쯤 가니 껄로우와 인레 호수로 가는 헤호 공항.

공항에서 내려 껄로 가는 방법을 물어보니 전부다 택시를 타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가격이 무려 30,000k ㅠㅠ 정말 비싸다. 비행기 가격에 택시 가격까지 하면 껄로까지 이동한 교통비가 넘 비싸네 ㅠㅠ 혹시 껄로까지 가는 여행객이 있으면 택시비를 나눠서 내려고 택시 정류장 근처를 서성이는데 대부분의 서양 여행객들은 호텔에서 픽업을 나와서 호텔에서 준비한 버스나 승합차를 타고 이동하고 몇몇 서양 할아버지들과 노부부는 인레호수로 가는 동행을 찾고 있어서 결국 눈물을 머금고 30,000k을 주고 택시를 타고 껄로로 이동함. 그냥 만달레이에서 버스 타고 올걸 ㅠㅠ

껄로는 고산지대여서 그런지 기온이 선선하고 햇살도 그리 따갑지 않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인지 택시 뒷자리에 앉아 서늘한 바람을 맞다 보니 잠이 솔솔온다. 그렇게 자다 깨다 한시간쯤 산길을 가다보니 목적지인 껄로. 택시에서 내려 요금을 내고 짐을 확인하는데 헉!! 안경집이 없다!! 선글라스랑 안경이랑 번갈아서 끼는데 평소에 넣어두던 가방 앞주머니가 열린건지 아니면 택시에서 자는 동안 주머니에서 흘린건지 알수는 없는데 어쨌건 택시에 두고 내린듯. 혹시 내린 택시를 잡을 수 있을까 주변을 살펴보는데 이미 택시는 보이지 않는다 ㅠㅠ

어휴 사람이 덤벙거려도 정도가 있지 어떻게 안경을 놓고 내리냐 ㅠㅠ 선글라스야 없어도 그냥 좀 불편하고 말겠지만 안경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 심지어 새로 산지 3개월밖에 안됬는데 흑 - 남은 여행은 어떻게 하나 너무 걱정이 된다. 혹시 몰라서 예비로 렌즈를 챙겨오긴 했는데 몇개나 되나 살펴보니 왼쪽은 3개 오른쪽은 7개네 젠장... 일단 숙소를 잡고 숙소 주인에게 도움을 청해보자 싶어서 근처 숙소를 15$에 잡음. 여자 사장님한테 안경을 택시에 놓고 내린것 같은데 혹시 공항 택시 기사중에 아는 사람 있으면 연락이 되는지, 안경을 찾아서 보내주면 왕복 택시비를 주겠다고 했더니 공항 택시 기사중에는 아는 사람이 없고 대신 경찰서에 가보란다. 

그래서 알려준대로 껄로의 경찰서를 찾아감. 독재국가의 경찰이란 무능하고 부패한 인상이 강해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정 안되면 폴리스 리포트라도 받아서 보험금이라도 받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젠장 투어리스트 폴리스 사무실이 있긴 한데 잠겨 있다. 역시 도움이 안되는가 싶었는데 경찰서 본관으로 보이는 곳에 가니 젊은 경찰들이 와서 이것 저것 물어보더니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를 가잔다. 그래서 갔더니 출장소 같은 건지 좀 떨어진 곳에 다른 경찰관에게 데려다 줘서 이것 저것 설명하고 다시 경찰서로 오니 이번에는 경찰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도 여러명 와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안경의 특징같은걸 설명하고 나니 걱정마라 찾을 수 있을거다 이야기도 해주고 커피도 사주고 해서 참 고마웠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만난 경찰관이 여기 저기 전화를 하더니 일단 택시기사가 공항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도착하면 알려주겠다고 호텔에 가서 기다리란다. 일단 찾을 가능성이 조금은 늘어난 것 같아 조금 안도하고 Sam's Trekking에 가서 다음날 트레킹을 예약하고 점심 먹을 기운이 없어서 그냥 사모사랑 스프링롤 몇개랑 맥주 두병 사가서 호텔로 돌아감. 로비에서 사장님이 날 보더니 그사이 경찰이 다녀갔는데 안경을 찾아서 경찰이 가지러 갔으니 기다리라고 했다고 전해준다. 헐... 이때까지만 해도 70% 쯤은 기대를 했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지는 못함.

제발 찾아주길 바라며 숙소에서 책보고 셜록도 보고 하다가 오후를 보냄 3:00 쯤 되서 혹시 몰라서 경찰서에 가보자 했더니 종업원이 와서 경찰이 기다리고 있단다 헉! 찾았나??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경찰을 만났더니 경찰이 안경을 찾았단다. 우와 세상에~!

여권을 복사하고 투어리스트 폴리스로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같더니 웬지 높아보이는 분도 와계시고 오전에는 사복을 입고 있던 경찰관들도 어느새 정복으로 갈아입고 다 모여있다. 노트에 진술서 비슷하게 글을 남겨 달라고 해서 기꺼이 고맙다는 감사의 글을 남기고 그 높아보이는 분이 한국에 가면 미얀마가 안전한 나라라는 걸 홍보해 달라길래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도 하고 안경을 건네주는 광경을 기념사진으로도 남긴 후에 숙소로 돌아옴. 너무 고마운 마음에 경찰에게 돈을 얼마라도 주려고 했더니 그것도 안받겠단다. 여러모로 감동을 주는군 ㅠㅠ

안경을 찾고 나니 마음이 정말 가뿐해진다. 이런 우여 곡절도 추억이 되겠지 ㅎㅎ 그러고 보면 내 사진기로도 사진을 남겨놀걸 아쉽다 ㅎ시간이 좀 늦었지만 그래도 껄로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기로 함. 안경 찾은 것도 자축할겸 근처 꼬치집에서 꼬치 몇개와 맥주 두어잔 마시고 마을을 돌아다니는데 정말 작은 시골마을이다. 그동안 주로 관광지나 대도시(?)만 다니다가 조용한 시골마을을 돌아다니니 그것도 좋았다. 마을 뒤편의 언덕을 올라가니 여기도 작은 사원이 있는데 웅성이는 소리가 나서 안을 보니 어린 승려들이 불경을 열심히 외우는 소리. 귀찮거나 아니면 피곤했는지 어떤 어린 승려들은 자기도 하고 몇몇은 뒹굴뒹굴 누워 있는 모습들이 참 정겨웠다 ^^

사원을 내려오니 뉘엿뉘엿 아름다운 해가 져간다. 해가 뜨고 지는거야 단 하루도 예외가 없는 확실한 일이건만 일상에서는 해가 뜨건 지건 별 관심이 없었는데 여기 오니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 마저도 의미 있고 감동적인 일이구나 싶다. 여행은 이런 잊고 지내던 감각과 감정들을 일깨워주는 그런 경험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미얀마 여행카페에서 추천해 준 음식점이 있었는데 가이드북에도 없고 찾기가 어려워서 그냥 인도 음식점에서 양고기 커리로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함

껄로의 중심가 ㅎㅎ


싸이의 인기는 정말 글로벌하다





언덕에서 바라본 껄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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