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여행

대만 여행 4일

beck.kim 2013. 10. 22. 23:36

Bad day ㅠㅠ
그동안 여행 다니면서 많은 일을 겪었지만 그러한 날들 중에서도 손에 꼽힐 배드데이로 기억될 것 같다. ㅠㅠ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5:30에 일어나서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별 어려움 없이 기차역에 가서 한국에서 미리 예매한 표를 바꾸고 - 원래 고속기차를 예매하려고 했는데 예매 가능날보다 하루 늦게 예매했더니 모든 표가 다 매진되어서 완행으로 예매했는데 일부는 이것 때문에 대참사가 일어남...대만 사람 너무 많아 ㅠㅠ- 기차에 탑승하여 정시에 출발. 기차안에서 팔던 도시락도 하나 사먹고 잠이 부족해서 책도 읽다 하면서 자다 깨다 하다보니 도착 시간이 거의 다되어간다. 이제 곧 내리겠구나 하고 준비하는데 정거장을 알리는 전광판에 (LCD스크린이 아니라 LED가 깜박이는 구식 전광판) 내가 읽을 수 있는 글자가 지나가는게 아닌가 "화롄!" 아 여기인가? 왜 이렇게 규모가 작지? 이상한데 하고 옆에 있던 대만인 아저씨한테 여기가 화롄이냐고 물어봤더니 아저씨가 "화롄"이라고 한다. 그래서 후다닥 내리는데 마침 다른 관광객들도 여러명 같이 내린다. 아무리 봐도 이상해서 역 이름을 확인하려고 하니 마침 또 내가 있던 칸이 2호차라 2호차 내리는 곳은 플랫폼 거의 끝이어서 주변에 표지판도 역 이름이 써있는 기둥도 떨어져 있어서 예감이 안좋아 다시 타려고 하니 기차는 이미 문을 닫고 떠나버렸다. 혹시나 하고 기둥까지 가서 역이름을 보니 화례니 아니다...ㅠㅠ 세상에 이런 바보 같은 일을 저지를 줄이야... 다음 내릴 역 안내도 제대로 안해주고 화롄이냐고 물어봤을때 "No"라고 한마디 안해준 옆자리 아저씨도 원망스럽다. ㅠㅠ

다음 기차시간을 보니 무려 1시간 후..작은 역이다 보니 고속열차는 통과하다 보니 다음 완행열차까지 기다려야 하는다. 젠장. 버스나 택시가 있으면 이용하려고 했더니 버스는 없고 택시는 하루종일 투어를 위해 대기하는 택시밖에 없다. 여기서 내린 관광객들은 그런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듯 ㅠㅠ 그렇게 좌절하고 있으니 어떤 여자분께서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했더니 자기들도 여기서 잘못 내렸다고 ^^; 그쪽은 노부부와 두 딸 그리고 손자 이렇게 5명이서 함께 다니는 중이었는데 할아버님이 내리자고 우겨서 다 내려서 갖은 구박을 받고 계셨다 ㅎ 버스나 택시는 포기하고 그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래도 어느덧 다음 기차가 와서 예상보다 한시간이나 늦게 화롄에 도착함.

여기서도 그냥 짐을 역에 맡겨두고 타이루거 협곡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되는데 그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숙소에 체크인을 해버렷다. ㅠㅠ 도대체 왜그랬을까? 체크인을 하고 스탭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듣고 다시 버스를 타러 역으로 돌아오니 좀전에 버스가 떠나버렸고 다음 버스는 한시간 반후 ...이렇게 일정이 꼬일 수도 있을까? ㅠㅠ 일단 티켓부터 사고 점심을 먹고 편의점에서 캔맥주 한잔 마시니 조금 멘붕이 회복되긴 한다. 그럼 내일 오전에 타이페이로 가는 기차를 뒤로 미루고 타이루거 협곡을 오늘 오후와 내일 오전에 보자 라고 결정하고 기차역에서 기차표를 바꾸려고 했더니 표가 없덴다 젠장!! 결국 어쩔수 없이 오늘 타이루거 협곡을 정말 찍고만 오고 내일 오전에는 칠성담을 보기로 함...여기까지 와서 이게 뭐야 ㅠㅠ 화롄에서 하루 잘거면 전날 저녁에 와서 자고 아침부터 시작하는 하루 또는 반나절 투어를 하고 저녁 기차로 타이페이로 돌아가는 일정이 제일 좋을듯 싶다. ㅠㅠ

협곡으로 가는 버스를 탔더니 옆자리에 교토 시청에서 일한다는 일본인 여행객이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 - 26살인데 20개국을 가봤다고 해서 정말 부러웠음. 그 친구는 협곡을 일주하는 버스의 종점(?)에서 하루 자고 내일 다시 화롄으로 돌아온다는데 숙소만 잘 잡을 수 있다면 이것도 괜찮을듯 - 가다 보니 협곡 순환 루트의 마지막 정류장. 여기서 막차까지 주어진 시간이 얼마 안되서 그냥 정말 가볍게 둘러보고 막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옴. 시간이 새겨 놓은 깊은 협곡의 모습은 얼핏 봐도 참으로 아름다웠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다시 와보고 싶다. 

대만하면 생각나는 풍경중의 하나가 배불뚝이 아저씨들이 - 그중에 한두명은 머리도 벗겨지고 - 런닝 셔츠만 입고 허름한 가게 또는 셔터가 내려진 상점에 둘러 앉아 샤브샤브를 나누어 먹는 장면이다. 아마 중화권 영화에서 숱하게 나온 장면일텐지. 그래서 대만에서 꼭 먹고 싶은 음식중의 하나가 샤브샤브/훠궈였는데 마침 지나가다 사람들이 가득찬 넓직하고 깨끗한 샤브샤브 가게가 보여 무작정 들어감. 들어가고 보니 샤브샤브 부페로 육수를 일인당 하나씩 (그래서 한명씩 가도 괜찮음. 아주 좋은 시스템 ^^) 끓여주면 돌아다니면서 온갖 것들을 다 샤브샤브로 먹으면 되고 그외 다른 대만 음식들도 잔뜩 있다. 신나서 이것저것 가져다 먹다보니 금새 배불러져 헉헉대면서 먹는데 대만 사람들은 남자건 여자건 앞에 재료들을 수북히 산처럼 쌓아두고 먹는걸 보고 좀 놀랐다. ㅎㅎ 망고 아이스크림과 커피까지 든든히 먹고 나니 그래도 기분이 많이 풀린다. 여행하다 보면 이런날도 있는 거지 ㅋ 역시 나란 남자 단순해 ㅋㅋ

원래 계획은 망고 빙수로 입가심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 배가 불러서 그냥 화롄 거리를 헤매고 다니다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는 비를 맞으며 숙소로 돌아옴



화롄으로 가는 기차에서 사먹은 도시락. 이때까진 좋았지 ㅠㅠ


심지어 날씨도 좋았는데 ㅠㅠ










타이루거 협곡은 본게 이게 다 ㅠㅠ



먹부림으로 쓸쓸한 마음을 달램 ㅋ


화롄의 다운타운